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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새 차 같은 중고차
골목길에서 차가 섰다. 아무리 해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움을 청해 큰길가로 차를 옮긴 후 기술자를 불러 달라고 했다. 젊은 친구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여기저기를 살핀 후에 엔진 덮개를 분해해서 휴발유와 기름걸레로 불순물을 닦아냈다. 수리 센터로 가서 고쳐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수리가 가능할 거리고 했다. 두어 시간 땀을 뻘뻘 흘리고 나니 엔진이 다시 작동했다. 수리비가 15달러, 노고에 비해 싸다는 생각이 들어 팁을 좀 얹어 주었다. 며칠을 타고 다니다 보니 엔진 소음이 전보다 크고 몇 번 엔진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서 결국 다시 수리를 맡겼다. 제대로 고치려면 몇 백 달러가 든다고 했다.
나온 지 20년쯤 되는 차를 몰다 보니 1,2년에 한번은 수리에 목돈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차량 수리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하면 푼돈 수준이다. 한국에서는 어느 부분이 고장나면 통째로 바꾸는 것이 일반적인데, 캄보디아에서는 수리를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작은 수리 센터거나 큰 수리 센터거나 고장난 부분을 분해해서 고친다. 물론 부품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부품 가게에서 맞는 부품을 사다가 바꾸어 넣는다. 이 때 새로 바꾸는 부품은 거의 중고 부품이다. 캄보디아에서 굴러다니는 차량 대부분이 10년 이상 된 것들이니 그 차에 따른 새 부품이 조달될 리가 없다. 쓰던 부품을 모아서 고쳐 놓았다가 그것이 필요한 다른 차량 수리에 쓰는 것이다. 고장나면 대부분 중고 부품을 다시 쓰고 기술자 인건비가 싸니까 수리비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프놈펜 시내에서 가장 많은 공장이 자동차 수리 센터일 것이다. 도심지의 골목 안에도 곳곳에 수리 센터가 자리 잡고 있고, 일부 변두리 지역엔 수리 센터가 몰려 있기도 하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수리 센터는 차량의 모든 것을 수리한다. 부분적인 고장은 물론 판금이나 용접, 도색까지 한 곳에서 다 처리한다. 수리 센터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물상처럼 보인다. 수리하고 나온 부품들이 구석구석에 처박혀 있고, 수리하느라 분해해서 펼쳐 놓은 것들이 여기저가 널려 있다. 사고를 당한 듯 몰골이 퀭한 차량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장면도 가끔 눈에 띈다. 한국의 수리 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측정 계기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같은 공장 안에서 기름범벅을 한 기술자가 붙어서 이런 저런 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눈으로 보기에 새 차나 진배없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캄보디아에서 외제차 브랜드로만 보자면 한국보다 한 수 위다. 한국에서 고급 외제차로 분류되는 차량들이 프놈펜 시내에 흔하다. 최근에는 외국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 전시장이 곳곳에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 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캄보디아는 세계 중고차 전시장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프놈펜 시내에서 굴러다니는 차량 대부분은 나온 지 10년 이상 된 것들이다. 30년 넘은 차도 굴러다닌다. 보기에는 새 차 같지만 최근에 나온 새 차는 드물다. 사고가 났었거나 수령이 오래 된 중고차를 들어다가 깨끗이 수리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차량 수리 기술과 손재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틀이면 될 거라고 했는데 나흘만에 차를 찾았다. 며칠 시운전을 해 보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한국 같으면 오래 전에 이미 폐차가 됐을 텐데 의외로 부드럽게 굴러가니 참 대견하다. 차도 그렇고 기술자의 손재주도 그렇고. 수리에 들어간 돈이 별로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