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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이 보는 세상] 케바케
얼마전 열대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 명산지 깜뽓주(州)에 다녀왔다. 어떤 사전에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지닌 과일이라 쓴 걸 읽자니 입에 침이 고인다. 남아시아 여러 나라 것들 두루 먹어본 내 입맛은 깜뽓 두리안을 세계 최고로 인정하는 데 조금의 주저도 없다.
깜뽓주는 또한 후추 산지로도 유명한데 이곳 후추는 유럽인들에게 ‘월드 베스트’로 대접 받는다 들었다. 주도(州都)인 캄뽓의 눈맛 시원한 강변 식당들에선 유독 서양인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후추향 좋아하는 그들 입맛이 중요한 요인 아닐까 슬며시 짚어보았다.
5월의 캄보디아는 일단 해가 뜨면 곧바로 더워져 개들도 움직임 접고 늘어지기 시작하니 물릴 위험이 줄어든다. 그 경험에 비추어 아침 산책길에 나섰는데 그만 생기(生氣)가 남아돈 중개의 기습에 넘어져 무릎 아래 상처를 입었다. ‘쪽팔리는’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름 유용한 정보를 드리고 싶어서다. 따끈따끈한 최신 보도에 따르면 한 해 이천 넘는 인명이 광견병에 희생당하는 나라가 바로 캄보디아이다. 그러니 굳이 새벽 조깅을 거를 수 없다면 골프채라도 들고 나서는 게 좋다. 꼭 때리라는 게 아니라 정상을 약간 벗어난 개들도 판단은 하기 때문에 위협 되는 도구(道具)를 든 사람에겐 달려들지 않는다.
요즘 추세(趨勢)라면 통일은 바야흐로 한민족 모두의 꿈이 되어가는가 싶다. 모두가 아시는 노래 ‘우리의 소원’은 한국방송 삼일절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1947년 처음 등장했다고 위키백과는 전한다. 그 대표 가사를 빌려 나는 ‘우리의 소원은 행복’이라 말하고 싶다.
나의 글들이 읽기에 다소 뻑뻑하다 싶다면 단어 한 점, 생각 한 방울이라도 독자들이 건질 게 있는 뜨끈한 국밥 되었으면 하는 소망 때문이다. 당부하는 내용 많다 느껴진다면 교사의 직업병 탓일 게다. 그렇지만 내가 드리고 싶은 진짜 건더기는 ‘읽는이들의 행복’이다.
그래서 없는 솜씰망정 생활에 도움 되는 현지 정보들과 새로운 느낌들 버무려 제공하려 노력한다. 고단한 일상 속 교민들과 현지인들에게 일말의 즐거움 드릴 수 있길 원할 뿐이다. 그러기에 한자어도 섞어 써보고 새 감각 표현하려 억지다 싶은 단어도 만들어보곤 하게 된다.
부끄럼 많고 너무도 부족한 문장력의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건 위에 열거한 이유들 때문이다. 때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붓을 들게도 한다. 나아가 인류의 일인(一人)으로서 지구촌 보탬 될 수 있다면 부끄러움쯤이야 무에 꺼릴 일이겠는가.
그러다 보니 지난 글에선 세상 위해 내 헌신 필요하다면 투입할 각오도 적어보게 되었다. 역사를 읽어보면 실제로 수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자기희생을 무수히 보여주고 있어 유별난 생각이랄 게 없다. 별처럼 많은 지구촌 드라마들에서도 그런 캐릭터들은 사랑받지 않던가.
다만 도움 되겠다며 세상 향해 말하거나 글쓰는 이들에게 무슨 조언(助言) 주고 싶은가 묻는 이가 있다면 성급한 일반화만은 주의하자고 권하고 싶다. 가난한 캄보디아를 보며 “캄보디아는 게을러.”라 하거나, 일본인을 “왜놈”, 베트남 사람을 “유은”이라 뭉뚱그려 부르는 태도 같은 것 말이다. 그런 규정을 섣불리 하고 나면 다음 전개가 굉장히 옹색(壅塞)해지고 대상 국가의 국민을 상대하는 대화(對話)는 물 건너가고 말게 되지 않는가 말이다.
올해 한국의 총선이 위대한 건 그런 일반화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거다. 놀랍게도 경상도와 전라도로 대변되던 굳건한 지역색을 벗어난 투표 성향을 만들었다는 거다. 그것은 투표로 바뀌는 세상을 보여주었고 잠시나마 팍팍한 한국인들 얼굴에 희망의 웃음꽃을 피워주었다. 무엇보다 가치 있었던 건 총보다도 위대한 투표가 되려면 바로 이번처럼 누가 최악인가를 가리기 위한 공부 정도는 ‘사람마다 수ᄫᅵ 니겨[쉽게 익혀]’ 생활에 부담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게 하는 일임을 사람들 다수가 깨달았다는 흐름의 드러남이다. 5월의 열여덟째날이 우리 사회에 일깨우는 바 또한 지역을 넘어선 구성원 각자의 인간이 되기 위한 공부일 것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총선을 계기로 세상에 대한 진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는 일은 ‘유시진’의 외모에 ‘세종’의 애민정신을 더하는 경사(慶事) 되겠다. 한글은 지구상 현존하는 문자 중에서 익히기 가장 쉬운 문자임을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을 비롯해 이미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고마움 보답 차원에서 공부하여 얻은 생각들을 노루의 꼬리만큼이라도 적어 나누면 어떨까.
지구촌 어느 민족보다 쓰고 읽기에 강점을 지녔으니 그게 무어든 읽고 써서 생각 나누며 행복함 얻으시기를 꿈꿔보는 것이다. 세상에서 그런 일 하기에 최적의 문자를 가진 한국인의 사명이 있다면 좋은 생각을 쉽게 적을 수 있는 문자에 담아 세상에 전파하는 일이다. 지금 그것을 과거에 소위 딴따라라 부르며 천대(賤待)했던 연예인들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의 상류층이라 자부하는 사람들이 측면(側面)은 물론이려니와 정면 지원에 나서 바야흐로 자신의 업에 근거한 유익한 견해들을 인류 위해 나투어야 할 때 된 것 아닐까.
지역에 따른 인성(人性)을 나름의 논거 대며 ‘썰’ 풀면 듣기에 그럴 듯하다. 왜냐면 특정 사례에 해당하는 인성의 사람들은 사실은 지구별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험에 의하면 문제 제로의 법 없이도 살 사람들 열을 모아 지내게 하면 거기서 한둘의 문제아가 생긴다.
그러니 어느 도(道) 사람은 어떻다는 말 들으면 빛의 속도로 귀에서 털어내시라. 대개 자신의 증오를 합리화하기 위한 의도에서 출발하는 나라에 대한 악의적 평가들도 뱀의 발 보신 듯 여기시라. 한글의 위대성을 목소리 높여 외친 주제에 영어를 써서 머쓱하지만 이런 예화(例話)들은 모두 경우 따라 다른 ‘case by case[케바케]’일 뿐이다.
지난 주말 라오스 접경 소페악밋 폭포에 갔다. 가뭄임에도 내겐 ‘어마무시한’ 폭으로 다가온 소페악밋은 장쾌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듬뿍 안겨준다. 모처럼 맑게 씻긴 마음을 얻으니 이런 실험을 해보시면 어떨까 권해보고 싶어졌다. 그간 의리의 호협(豪俠)으로 알았던 경상도 싸나이 있다면 야비함의 색안경 너머로 바라보시라. 아마 하루 종일 그런 점들만 계속 보게 될 것이다. 반면 진솔함의 색안경을 통해 평소 사기꾼 취급하던 전라도 사람을 보게 되면 놀랍게도 한나절 지나지 않아 솔직하게 느껴진다. 이 경이로운 실험 결과는 사람마다 내면에 일정 분량의 장단점이 혼재함을 새삼 알게 해 줄 것이다. 한 걸음 더해 세상 혼탁(混濁)에 대한 내 잘못의 분량을 퍼뜩 깨닫게 해 주리라. 신비한 소페악밋의 호쾌함을 의탁(依託)하여 독자 여러분께서도 케바케의 각성을 얻으시길 기원한다. 나아가 색안경을 벗자마자 당신의 마음은 여러분 바로 곁에 굴러다니던 행복을 예쁘게 포장하여 당신에게 선물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한유일(교사, shiningday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