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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빈부 차이가 크지만
이른 아침에 주택가 골목에 나가 보면 아침 한 끼만 파는 간이식당들이 여기저기에 문을 열고, 아침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띄엄띄엄 모여든다. 이런 집의 단골 메뉴는 캄보디아식 국수, 돼지고기 곁들인 밥, 볶음밥 등인데, 값이 1달러 내외로 저렴해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최근에는 주차장을 갖추고 산뜻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식당들이 많이 생겨서 골목 식당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런 곳의 아침 식사 값은 2~4달러 정도다. 캄보디아식 국수 한 그릇에 1달러가 안 되는 곳이 있는 반면 3달러가 넘는 곳도 있는 것이다.
최근에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업종 중의 하나가 카페다. 오래 전부터 부촌으로 알려진 벙껭콩 지역에는 근사하게 꾸민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기도 하다. 이것이 차츰 프놈펜 시내 전역으로 세력을 뻗쳐서 몇몇 유명 카페의 지점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이름을 단 카페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카페의 대부분은 커피나 음료뿐만 아니라 음식도 판다. 카페가 식당을 겸하고 있는 형태다. 실내 공간과 외부 시설을 쾌적하게 갖추고 있고 와이파이 서비스가 잘 돼서 만남과 휴식의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카페의 커피 값을 보면 잠깐 놀라게 된다. 커피 한 잔에 보통 2달러가 넘고 3.5달러짜리 커피도 있다. 과일 주스도 한 잔에 보통 2달러가 넘는다. 커피 한 잔에 한국 돈으로 4,000원이 넘으니 이 나라의 소득 수준과 다른 물가에 비추어 보면 대단히 비싸다. 1~2달러로 하루를 사는 대다수의 캄보디아 서민들은 이런 곳과는 거리가 멀다. 집 근처 골목 식당이나 간이 카페에서 0.5달러 정도의 커피를 마시며 산다.
‘바지 둘, 티셔츠 둘만 있으면 평생을 산다.’
비약이요 과장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1년 내내 더운 지방이라 철따라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으니 수긍이 간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옷 한 벌 장만할 여력이 없다. 그래서 몸을 가릴 최소한의 옷으로 사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돈이 좀 있는 사람들에겐 맞지 않는 말이다. 시장마다 옷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서민들은 이런 곳을 주로 이용하지만,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에서 산다. 요즘 프놈펜 번화가에는 고급 옷가게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데, 그 중에는 잘 알려진 외국 브랜드 점도 있다. 이런 곳에 드나드는 손님은 별로 많은 것 같지 않은데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프놈펜 신시가지 지역에는 곳곳에 많은 주택들이 지어지고 있다. 한 단지에 1,000가구 이상의 주택이 들어선 곳도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플랫하우스 한 채에 보통 10만 달러가 넘고 15만 달러 이상 되는 집도 많다. 싼 집이라 하더라도 월세가 300달러가 넘기 때문에 월 급여가 200달러 내외의 서민들은 감히 쳐다보기도 어렵다. 얼마 전까지 건설 경기가 호황을 누리면서 집값과 월세가 크게 올랐다. 매매나 임대가 안 돼서 새로 조성된 주택 단지에 빈 집이 즐비하게 나와 있지만 매매나 임대 가격은 거의 내리지 않는다. 대부분 돈 있는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요 공급의 법칙이 작동되지 않는 것 같다.
어디를 가든지 빈부격차가 없는 곳은 없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캄보디아는 빈부격차가 극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극소수가 대부분의 부를 거머쥐고 있다. 밥 한 끼, 커피 한 잔 먹고 마시는 것이 서로 다르고, 옷 한 벌, 집 한 채 갖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만큼이나 다른 곳이 캄보디아다. 그러면서도 빈부의 갈등이 별로 없는 곳이 또한 캄보디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