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상한 영혼을 위하여

기사입력 : 2016년 04월 13일

상한 갈대라도 하늘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들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 들 못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의‘상한 영혼을 위하여’-

* 4월이 왔다. 목련꽃도 피었다. 매캐한 최루탄연기에 캠퍼스는 숨이 막혔었다. 눈물 콧물이 쏟아지고, 욕하고, 토하고, 비분강개하고, 울고, 취해 뻗었었다. 나라 꼬라지는 개판 5분전. 그래, 어디 갈 때까지 가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