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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결혼식과 축의금
캄보디아의 건기는 결혼식 시즌이다. 건기에 결혼식이 집중되는 이유는 누대로 이어 온 농경 사회의 전통인 듯하다. 1년 중에서 농사일이 가장 적은 때가 요즈음이기 때문이다. 주말에 프놈펜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곳곳에서 결혼식을 치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집 앞에 길게 텐트를 치고 손님을 받는데, 흔히 결혼식이 있는 집 이웃 여러 집까지 결혼식장으로 바뀐다. 장사를 하는 집이라도 옆 집 결혼식을 위해서 자신의 가게 문을 닫고 집 앞을 내 준다. 장사를 못해서 손실이 있는 것은 당연한데, 결혼식이나 장례식이 있을 때 이렇게 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생각한다. 주택가 통행로를 통째로 막거나 대로에까지 텐트를 쳐서 교통에 큰 불편을 줘도 캄보디아 사람들은 불평을 하지 않는다. 큰일이 있을 때 서로 돕는 상호부조의 정신이 관습으로 굳어졌음을 알 수 있다.
집이 없거나 좁아서 손님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은 곳곳에 마련된 결혼식장을 빌려서 손님을 받는다. 프놈펜에서는 몽디알센터나 꺼삑섬의 결혼식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에는 넓은 홀을 갖춘 결혼식장이 수십 개 연달아 있는데,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결혼식 시즌에는 이런 결혼식장들이 호황을 누린다. 한국의 결혼식장 몇 배 크기의 홀에 둥근 탁자를 배치하여 음식을 대접하며 피로연을 연다. 집 앞에 마련되는 식장이나 상업용 결혼식장이나 모두 앞에는 무대가 마련되고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행사를 치른다. 결혼 당사자의 가족과 하객들이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면서 결혼식 축제를 즐겁게 보낸다. 두세 시간으로 예식과 피로연이 끝나는 한국의 결혼식과는 사뭇 다르다.
결혼식 피로연은 보통 저녁 시간에 갖는다. 도시에서는 저녁 5시쯤부터 손님이 오기 시작하고 시골에서는 이보다 좀 이른 시간부터 손님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손님들은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피로연에 참석하는데, 여자들은 대부분 예복을 챙겨 입는다. 젊은 여자들은 화장을 짙게 하고 연회복을 입고 나오는 반면, 남자들은 보통 깨끗한 외출복 차림으로 피로연에 참석한다.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는 것은 한국과 같다. 그런데, 한 사람이 내는 축의금 액수가 만만치 않다. 친한 사람이라면 30달러 이상을 내고, 적어도 20달러 이상을 축의금으로 낸다고 한다. 월급이 200달러가 안 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결혼식에 내는 축의금 액수가 무척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 참석해 보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왜 과도하게 느껴질 정도의 축의금을 내는지 이해가 된다. 피로연장에 마련된 둥근 탁자 하나에 손님 10명이 빙 둘러앉아 대접을 받는데 탁자 하나에 보통 200달러 내외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고기와 생선, 야채 등으로 만든 각종 요리가 코스로 나오고 여기에 술과 음료가 곁들여져서 풍성한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잔치를 치른다. 조금 간소하게 치르는 집도 있기는 하지만 웬만한 집이라면 보통 1인당 20달러 이상이 음식 값으로 나가게 된다. 이것만 봐도 축의금의 최소 기준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다.
며칠 전에 결혼 청첩장을 받았다. 모월 모일에 누구누구의 아들과 딸이 결혼한다는 내용과 함께 피로연장 약도가 자세하게 그려져 있고, 집으로 초대하지 못하고 피로연장을 따로 잡아서 죄송하다는 인사말이 별도로 인쇄돼서 들어 있었다. 그리고 큰 봉투 안에 또 하나의 작은 봉투가 들어 있었다. 축의금을 담는 봉투가. 얼마를 넣어야 할까? 작은 고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