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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스마트폰과 지구온난화
싱가포르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장래희망을 주제로 작문숙제를 내주자, 한 학생이 “스마트폰이 되고 싶다”고 적어냈다. 스마트폰에 신경 쓰느라 아들을 돌보는 일조차 잊어버리는 엄마아빠의 사랑을 차지하려면 스마트폰이 되는 길밖에 없다는 게 글의 요지였다. 공교롭게도 그 아이가 교사의 친아들이었다나. 어쩐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 처지 역시 남편의 스마트폰보다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아도 행여 배고플세라 틈틈이 충전해 주며 하루 종일 끼고 다니는 것은 물론, 수시로 눈 맞추고 어루만져주지, 이러쿵저러쿵 속삭여주지…, 잠들 때가 돼서야 아쉬운 듯 이별을 하니. 어느 시인의 표현에 따르면 사랑하는 남녀는 침대에서 ‘등이 둘 달린 짐승’이 된다는데, 우리부부는 등짝이 붙은 팔다리 네 쌍 달린 네티즌이 되어 양쪽 스마트폰에 정신을 팔고 있다.
사철이 무더운 캄보디아에서 이불속 온기가 반가울 정도로 요 며칠 제법 쌀쌀했다. 스마트폰 검색이나 하며 침대에서 뭉개기 딱 좋은 날씨다. 아열대지역인 대만, 인도, 태국에 이례적인 한파가 덮쳐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사람이 속출했다는 기사가 났다. 중국은 59년 만에, 서울은 100여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극단적인 한파가 미국과 유럽지역도 강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범지구적 혹한이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한다. 북극 성층권의 ‘극 소용돌이(Polar Vortex)’가 차가운 북극공기를 가두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냉장고 문이 열린 것처럼 냉기가 하강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다. 최근의 지카바이러스 확산도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한다. 곤충학자들 의견은 기온이 상승하면 지카바이러스의 주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 활동이 활발해지고 바이러스 복제율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의하면 개(犬)의 우울증이 급증하는 것도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한다. 온난화로 겨울 동안 이상기후가 지속되면서 개의 활동량이 크게 감소해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남편이 한 침대에서 같이 안 자려는 것도, 아내가 요리를 안 하려는 것도 다 지구온난화 탓이라고)
정재계도, 언론계도, 주류학계도, 지구온난화가 대세인 듯싶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에 대한 탄소배출세를 거론하는 게 수순인가 싶기도 하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무분별한 산업화가 부른 인재인지, 주기적인 자연현상인지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환경오염으로 형성된 구름이 태양광을 지구 밖으로 반사해 점점 추워진다는 ‘지구 냉각화’가 정설이었다. 의혹이 존재하지 않는 주의 주장은 미신에 가까운 것이지 과학이 아니다. 광활한 우주의 먼지에 불과한 지구별에 미칠 천체의 영향이나, 생명체 출현 이후 35억년동안 유지해온 대기의 항상성을 그렇게 간단히 진단할 수 있겠는가. 바야흐로 인간의 뇌도 아웃소싱하는 시대라던가. 뇌 용량이 모자라 누구 못지않게 스마트폰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갈수록 정제된 토픽은 찾아보기 힘들고 대세에 편승한 찌라시성 정보만 넘쳐나는 듯싶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