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파격 조문 눈길

기사입력 : 2011년 12월 26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뒤 적잖은 국가 지도자들이 북한에 조의를 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국가가 캄보디아다. 25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지난 19일 정부 대변인 명의로 애도를 표한 것을 시작으로 노로돔 시아모니 현 국왕과 그의 부모인 노로돔 시아누크 전 국왕 부부, 인민당 중앙위원회, 푼신펙당 등이 잇따라 조전을 보냈다.또 정부 특명전권대사와 시아모니 국왕의 위임을 받은 왕궁성 대표단은 캄보디아 주재 북한대사관을 찾아 조의를 표했다.
 
조전 내용도 파격적이다. 시아누크 부자는 조전에서 김 위원장을 `최고영도자 원수각하’로,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위대한 영도자 대장각하’로 불렀다. 시아모니 국왕은 “나와 나의 부모님은 김정일 원수각하께서 서거했다는 소식을 가장 커다란 슬픔 속에 접했다”고 애도했다.
 
캄보디아가 이처럼 최고 수준의 격식과 내용으로 김 위원장 사망을 애도한 배경에는 30년 간에 걸친 김일성 주석과 시아누크 전 국왕의 우정이 깔려 있다. 1970년 시아누크 전 국왕은 론놀 장군의 쿠데타로 실각한 뒤 평양을 찾았다. 당시 김 주석은 그를 국왕으로 예우했고, 시아누크 부부를 위해 관저인 주석궁을 본뜬 큰 저택도 지어줬다. 시아누크 전 국왕은 1975년 론놀 정권의 붕괴로 조국으로 돌아가지만, 베트남이 침공해 친베트남 정권을 수립하자 또다시 망명길에 올라 평양을 찾게 된다.김일성은 이때도 그를 환대했다. 1991년 13년간의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조국으로 금의환향할 때는 북한 경호원 40명을 같이 보내 수행케 했다.
 
정치지도자로서 두사람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강대국 개입에 반대하는 철저한 자주 노선이다. 시아누크는 41년 집권 당시부터 일관되게 비동맹 중립외교를 펼쳐 왔다. 그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양 강대국에 의해 각각 한번씩 (1970, 1979) 권력을 빼앗긴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김일성도 60년대부터 중·소에 의존하지 않는 자주 외교를 천명해 왔다. 시아누크가 65년 처음 평양을 방문했을 때 거리에 나붙은 현수막에는‘반제투쟁에서 우리와 함께 굳게 연결되어 있는 전우의 나라 캄보쟈’라고 씌어 있었다.
 
시아누크는 보답으로 김일성 생일 때 직접 노래를 지어주기도 했고, 수도 프놈펜에 김일성 거리도 만들었다. 왕궁경비도 북한군 출신 용병에게 맡겼을 정도로 북한을 신뢰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도 시아누크 국왕은 친북인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매체들 역시 캄보디아에서 온 조전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캄보디아의 전·현 국왕이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로 불렀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연합에서
 
 

댓글 남기기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