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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의 의료 현실
아픈 학생이 있다고 직원이 다급하게 방문을 두드렸다. 여학생이 머리 통증을 호소하다가 방에서 쓰러졌다고 했다. 곧바로 뛰어 내려가 차를 준비하고 직원 두 명이 부축해서 학생을 싣고 가까운 병원으로 달려갔다. 밤 9시가 가까워서 큰 병원이 아니면 문을 연 병원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불과 500여 미터밖에 안 떨어진 동네 병원이 열려 있었다. 현관문에 24시간 진료한다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젊은 남자 서너 명이 환자를 맞았다. 그 중의 하나가 의사인 것 같은데 다 젊은 사람들이라 누가 의사고 누가 간호사인지 처음에는 분간을 할 수 없었다. 환자를 병상에 누이고 몇 가지 물어보고는 손목에 수액 주사 바늘을 꽂고 주사 몇 대를 놓은 후 1시간쯤 기다리라고 했다. 찌푸렸던 환자의 얼굴이 펴지는 걸 보니 통증이 가시고 상태가 좋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의사의 진단으로는 빈혈과 영양 결핍이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말에 환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내 걱정도 풀렸다.
1시간 반쯤 지났을까? 의사가 환자를 집에 데리고 가도 좋다고 했다. 병원에서 청구한 진료비 청구서를 보고 무척 놀랐다. 수액 주사 한 병과 약값 포함해서 모두 17.5달러. 야간 응급 진료에 이렇게 쌀 수가! 한국에서 의료보험을 적용해서 나오는 진료비도 이보다 훨씬 많을 텐데 참 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에 수액 주사 바늘이 꽂힌 그대로 환자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액이 든 약병을 직원이 팔을 차창 밖으로 뻗어 높이 쳐들고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환자에게 증상을 물어보고 주사 몇 대 놓고 약을 처방하고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이 진료의 전부였다. 환자가 들어오면 이런 저런 검사를 한 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처치를 하거나 약을 투약하고, 상태를 살펴 차후 조치 상황을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알려 주는 등 한국의 병원에서 하는 일련의 진료 과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 선진적인 한국의 의료 수준과 캄보디아의 의료 수준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머리에 파스를 붙이고 교실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가끔 있다. 머리가 아파서 그렇다고 하는데, 근육통이나 타박상 치료에 쓰는 것을 두통에도 쓴다는 것이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캄보디아 사람들은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아프면 등이나 팔을 동전이나 숟가락 같은 것으로 긁는 자가 치료를 흔히 한다. 목덜미와 팔, 등바닥의 피부에 빨갛게 피가 맺히도록 긁는 치료 방법인데, 아마 피부를 자극해서 혈액 순환을 도와 병을 치료하는 민간요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큰 병원 몇 개가 개원했다. 대부분 외국계 병원이다. 중소 규모 병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의료비 부담이 가장 큰 이유다.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 병원을 이용하는데, 시설이나 의료 장비가 낙후되고 의사 수준이 매우 낮아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의료 수준이 낮다 보니 좀 어려운 수술이 필요하거나 심각한 병이 있는 사람들은 싱가포르나 태국, 베트남 같은 나라로 나가서 치료를 받기도 한다. 물론 경제적 형편이 있는 사람들이나 가능한 일이다. 대다수의 서민들은 병이 나도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약에 의존하거나 민간요법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캄보디아의 의료 현실이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