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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루시드 드림
“에미야, 나 왔다”, 현관 쪽에서 외출하고 돌아오신 시어머니의 지친 목소리가 들린다. 문 닫는 소리, 신발 벗는 소리, 꾸러미들 내려놓는 소리가 잇달아 들려온다. ‘시모는 이미 돌아가셨잖아? 우리는 얼마쯤 더 살 수 있을까? 그녀처럼 조만간 잊히고 말텐데 뭐에 씌어 애면글면 하는지…’ 낯익은 장면이 기록영화처럼 이어지면서 꿈속에서도 이건 꿈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과 ‘망각’에 대한 상념들이 아침까지 생생한 걸로 봐서 끝자락은 꿈속의 일이었는지 현실의 일이었는지 경계가 불분명하다. 예지몽이었을까, 분명한 것은 명절 장을 봐오신 시모의 출현으로 추석이 임박했음을 깨달았다.(해외에서 철을 모르고 살다보니)
물질세계의 해방구인 꿈속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잠과 죽음은 그럭저럭 모두에게 평등하고, 잠을 자면서 인생의 3분의 1 가까이 소진하는 우리로서 꿈은 무시할 수 없는 삶의 요소다. 말레이반도 깊은 밀림에서 살았던 원시부족인 ‘세노이’족은 일찌감치 현실과 꿈을 동등한 가치로 여겼다. 그들은 간밤의 꿈 이야기와 마음대로 꿈을 꿀 수 있는 비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소일했을 뿐더러, 꿈에서 일어난 일을 현실세계에 그대로 적용했다. 누군가를 해코지하는 꿈을 꾸면 그 사람을 직접 만나 사과해야 하고, 꿈속에서 오르가즘에 이르게 한 연인을 찾아가 선물을 바쳐야 했다. 대부분의 욕구가 꿈을 통해 충족되어서인지, 노동은 생존에 꼭 필요한 만큼만 했다. 그 부족은 꿈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는데다, 정신병, 폭력, 범죄 따위 스트레스성 현대질환이 없는 탓에, 1970년대 개발붐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인류학자들의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루시드 드림(lucid dreaming, 自覺夢)은 수면자 스스로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채로 꿈을 꾸는 현상으로 1913년 네덜란드 내과의사 F. V. 에덴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일반적인 꿈은 살아가는 동안 보고 느낀 현상의 반영쯤으로 치부되지만, 자각몽은 꿈을 꾸면서 스스로 그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다. 취업난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루시드 드림을 탐닉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어엿한 직장, 멋진 로맨스, 꿈에서라도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대출 상환, 월세, 카드 빚…, 돈을 벌기도 전에 이미 쓸 곳이 정해지고, 그래서 오늘을 다 채우기도 전에 내일의 피로가 감지되는 서글픈 청춘. 오늘날 가난의 실체는 살림살이의 누추함 같은 게 아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괴감은 물론, 해고 통보에 대한 두려움, 금융 신용에 대한 불안, 집세 상승에 대한 압박 등, 구조적인 것들이 주를 이룬다. 꿈의 결정적인 단점은 비현실성에 있다. 며칠 후면 추석이다. 실존의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는 때가 가족과 친지들 얼굴을 맞대는 명절일 테다. 그동안 세계는 현실도피의 꿈이 아닌, 현실을 깨부수는 열정적인 꿈을 꾸는 젊은이들에 의해 활기를 찾아왔는데…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