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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쥐(鼠)
‘쥐똥일까, 찐저똥(도마뱀)일까?’, 쥐 그림자만 봐도 심장에 쥐가 나는 사람이라 수상한 분비물이 눈에 띄면 바짝 다가가 확인해야 직성이 풀린다. 까만 쌀알 모양 끝에 하얀 생크림 같은 게 살짝 발라져있으면 안심이다. 캄보디아에 쥐를 능가하게 흔한 도마뱀 똥이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는 숙제를 잘 해가는 모범생 축에 끼었다. 특별히 성실해서라기보다 체벌이 흔하던 시절 험악한 분위기를 못 견뎌하는 성정 탓이다. 유일하게 못 해간 숙제. 쥐꼬리 잘라가기. 70년대 쥐잡기 국민 총동원령과 함께 각 가정에 쥐약이 공짜로 배급되었고, 쥐꼬리 수거량이 학교별로 할당되었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각종 질병을 옮기는 쥐 박멸 정책은 우리나라만의 화두가 아니다. 80년대 인도네시아 자바에서는 민원수수료 대신 쥐를 잡아 오라고 해 화제를 모았는데, 통행증 발급에 죽은 쥐 5마리, 결혼허가에 10 마리, 이혼허가에 20 마리를 내도록 했다. 21세기 이란의 한 마을에서는 2년여에 걸쳐 쥐떼와 전쟁을 벌였으나 패배해 마을 전체가 이전했다.
쥐는 약물검사, 행동측정, 유전자연구 등 실험용 동물로 가장 많이 희생된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97% 같고 감수성 또한 유사해서다. 프랑스의 생물학자 ‘디디에 드조르’는 쥐 여섯 마리로 어떤 실험을 하던 중 우연한 사실을 발견했다. 두 마리는 먹이를 열심히 구해오고도 늘 빼앗기는 피착취형, 두 마리는 빈둥거리다 힘으로 몰아붙여 먹이를 빼앗아 먹는 착취형, 한 마리는 먹이를 빼앗기지도 않고 남의 것을 빼앗지도 않는 독립형, 한 마리는 다른 쥐들이 싸우다 떨군 부스러기를 주워 먹는 천덕꾸러기형으로 나뉘었다. 드조르는 개체수를 달리해 다양한 유형의 조합으로, 심지어 착취형에 속하는 쥐만 따로 모으거나 천덕꾸러기형 쥐만 따로 모아, 여러 차례 실험했다. 결과는 어느 집단에서나 똑같은 역할배분, 즉 피착취형 두 마리, 착취형 두 마리, 독립형 한 마리, 천덕꾸러기형 한 마리 비율의 위계 구조를 형성했다. 이 실험의 연장선에서 쥐들의 뇌를 해부해 분석했는데,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은 유형은 다름 아닌 착취형 쥐들이었다. 어디서 비수가 날아올까, 늘 뒤가 불안한 권력자의 심리상태와 일맥상통하려나.
캄보디아에서 쥐의 위상은 사뭇 독특하다. 공공의 적 쥐. 일구월심 제 잇속만 챙기는 사람을 ‘쥐새끼 같은 놈’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동이 공공의 이익과 맞아떨어지는 것만큼 신나는 일이 있을까. 캄보디아에서 쥐 사냥이 그렇다. 논농사를 망치는 쥐를 잡아 전문상인에게 넘기면 벌이가 쏠쏠한 것이다. 캄보디아를 비롯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지에서는 쥐 요리를 별미로 친다. 캄보디아 한 마을에는 쥐를 방목하여 사육하는 식용 쥐 농장까지 있다. 모 일간지에 시골의 쥐 농장에서 쥐잡기 축제를 벌인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우승자에겐 쥐꼬리로 엮은 목걸이를 선물로 준다나 어쩐다나) 벼 수확 이후 찾아오는 장마철이 쥐고기 먹기에 가장 좋은 절기라는데. 그 맛이 새(鳥)맛 같기도 하고 소(牛)맛 같기도 하다는데.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