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 칼럼] 애슐리 매디슨

기사입력 : 2015년 09월 22일

“매일 수천 명의 아내와 남편들이 가입해 애인을 찾는다.”는 홍보문구로 기혼남녀를 유인해 혼외 연애를 알선하는 ‘애슐리 매디슨’이라는 온라인 사이트가 있다. 2001년 캐나다에 서버를 두고 문을 연 이래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 30개 언어로 세계 46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의 해킹 파문이 일파만파다. 얼마 전 임팩트 팀으로부터 해킹당해 회원 3700만 명의 개인정보와 결재내역, 성적판타지까지 인터넷(Dark Web)에 공개되었다. 남성회원수가 90~95% 압도적으로 많은 사실을 숨기고 가짜 여성 프로필을 만들어 유료결재를 유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각국 고위관료와 글로벌 기업인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데, 공개된 정보를 빌미로 배우자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는 2차 범죄가 잇따르고 이로 인해 2명이 자살했다. 캐나다에서는 개인정보유출에 대해 7000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영국에서는 배우자 이름을 발견한 이들에 의한 이혼 문의가 쇄도하고, 배우자 가입여부를 대신 확인해주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한국은 올 해 간통죄 폐지 2주 만에 10만 명이 가입했다. 애슐리 매디슨 사업부 총괄인 크레이머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이용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8개월 만에 회원 수 100만을 돌파한 일본의 최단기록을 대한민국이 머지않아 깰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자연계에 인간만큼 에로틱한 동물이 있을까? 다른 종과 달리 번식에 상관없이 섹스를 즐기는 한편, 마음을 사로잡는 대상만 있다면 손끝하나 대지 않고도, 앵토라진 표정, 애달픈 몸짓,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 속에서 야릇한 연애감정을 즐길 정도니. 성 심리학자 에스터페렐 박사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파트너에게 가장 끌릴 때는 언제인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성별, 종교, 인종을 떠나 공통적으로 ‘파트너가 떠나 있을 때’를 첫째로 꼽았다. 함께 있을 때보다 헤어져 있을 때 가장 그립다는 것이다. 그리움이나 열정은 격리나 결핍상태에서 최고조에 달한다는 사실로 보건대, 평생 한 배우자를 ‘보고 있어도 보고 싶도록’ 만드는 사람에겐 특별한 경지가 있음에 틀림없다. “결혼은 성욕을 조절하는 데는 유효하다. 그러나 연애를 조절하는 데는 유효하지 않다.”는 라쇼몽의 말처럼 얄궂게도 결혼과 연애감정은 상치되기 마련인 모양이다.

인터넷 서핑기록을 공개해 알리바이를 증명해도 되겠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차라리 살인죄를 뒤집어쓰겠다는 요즈음 풍자가 말해주듯이, 인터넷의 익명성과 비대면성은 성적일탈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그럼에도 외도의 큰 이유 중 하나가 ‘존재감’이라니, 사이버문화의 주제 또한 인간인 셈이다. 애슐리 매디슨 홈 페이지 메인 카피가 “인생은 짧습니다. 연애하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다. “성공하세요.”, “성찰하세요.”, “선행하세요.”… 그 사람의 존재감, 혹은 가치관에 따라 뒤 문구가 달라질 듯싶은데…/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