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 칼럼] 교통사고

기사입력 : 2015년 09월 18일

세계적인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에 의하면 나라의 경제규모에 따라 탈것에 대한 욕망이 달라진다. 하루치 양식을 구하느라 허덕이는 극빈국 국민들은 신발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하고, 좀 더 잘 사는 나라는 자전거를, 더 나아가 모터사이클을, 신흥부국에서는 자동차를, 선진국 국민들은 먼 곳으로 날아가 휴가를 즐기고자 비행기를 타기위해 저축한다. 일테면 세계 각국을 쪼리 한 켤레에서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열망하는 탈것에 따라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산다는 게 단지 하나의 욕망에서 또 다른 욕망으로 갈아타는 과정일 뿐인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시에는 수 세기에 걸친 탈것이 공존한다. 모터사이클과 중고차가 주를 이루지만, 그 사이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자전거와 각양각색의 개조차량, 사람이 모는 시클로, 소가 끄는 우마차까지 눈에 띈다. 내전이 종식되고 급속하게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리라. 갑작스레 밀고 들어온 문명의 이기에 비해 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은 취약하기 그지없어 도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선 편리함에 비례해 폐해가 심각해지는 문명의 이율배반을 실감할 수 있다. 느릿느릿한 우마차 사고라야 툴툴 털고 일어날 정도에 그치지만, 고속질주가 가능한 현대식 차량이 빚는 사고는 날이 갈수록 결과가 치명적이다. 자동차 보유대수가 세계 191개국 중 150위권인 나라에서 올 초 3개월 동안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600명이 넘는다. 무엇보다 안전한 대중교통구축과 도로정비사업이야말로 캄보디아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겠는가.

독일 철학자 피히테는 교육은 자유의지를 없애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의 범위를 사회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범에 국한시켰는지 모르겠으나, 교통질서에 대한 것만큼은 자유의지에 맡겨둬서는 안 될 듯싶다. 선진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몸으로 체험하는 교통안전교육을 시킨다. 어릴 때 몸으로 배운 것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이 전무하다시피 한 캄보디아 등하교 길 학생들의 행태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전후를 살피기는커녕 휴대폰 검색에 군것질거리를 먹어가며 페달을 밟는다. 오래된 탈것만큼이나 내용이 부실한 사람들까지 운전대를 잡는 곳이 캄보디아다. 캄보디아 정부가 어린이를 포함해 교통질서에 대한 국민계몽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종종 우연한 사고(accident)가 인생의 주인이 아닌가 싶어진다. 크고 작은 계획을 세우고 수정을 거듭하며 하루하루 꾸려가노라면 삶이 개인의 의지에 의해 좌우되는 듯 보이지만, 뜻밖의 사고 하나가 모든 것을 무질러버릴 때가 있어서다. 캄보디아 교민사회에서 교통사고 소식이 부쩍 잦아졌다. 자의든 타의든 고국을 떠나와 타국살이 하는 것도 서러운데, 응급대처 시스템이 열악한 후진국에서의 어이없는 교통사고 부고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떤 사람에게 있어 한 사람은 세상의 전부일수 있는데…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