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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성감대 공간
주부가 가장 오래 머무는 주방엔 큼직한 창이 필수라는 지론을 갖고 있던 분이 캄보디아에서 살기엔 앞이 확 트인 집이 최고라고 했다. 스마트폰 창으로 세상 요지경 구경하기도 바쁜데 무슨 전망타령이냐는 항변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철 가마솥 날씨인 이곳에선 샤워하던 차림으로 주방에서 일을 하더라도 시선 마주칠 염려가 없는 곳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창’ 하나에 한 사람은 ‘전망’을 한 사람은 ‘시선’을 떠올렸으니, 제법 이력이 났다싶은 세월을 겪도록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게 사람속이다. 지금쯤 어느 고층 아파트에서 누드부인으로 주방을 누비고 있을지 모르지만, 폭염이 심한 올 해엔 그 말씀이 더욱 실감 난다.
일찍이 건축가 ‘질 그린’은 주방을 단순한 가사노동 공간이 아닌 ‘성감대’ 공간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건축이론을 펼친 바 있다. “요리 – 식사 – 구애 – 소통으로 이어지는 지대이며, 온기, 추억이 배인 물건, 스타일리시한 요리기구, 바비큐, 온도조절 와인쿨러, 배기후드, 매듭공예, 종이인형, 시, 저술 공간 그리고 폭신한 소파…” 재미있는 것은 식욕 중추와 성욕 중추는 상관관계가 깊다는 사실이다.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1.5mm 간발의 차이로 위치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남녀의 위치가 다르다. 식욕중추는 배고픔을 느끼는 섭식중추와 포만감을 느끼는 포만중추로 이루어져있는데, 남성은 섭식중추가 여성은 포만중추가 성욕중추와 근접해있다. 그런 까닭에 남성은 배가 고플 때, 여성은 배가 부를 때 성욕이 충만해진다고 한다. (외간 여자에겐 자꾸 권하면서 아내에겐 작작 먹으라는 남편 증후군에 대해선 어떤 해석을 내려야할지 모르겠다)
주방에서 만나 국경을 뛰어넘는 결혼에 골인한 부부를 알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청춘남녀가 어울리는 포트럭 파티. 이국적인 음식과 생경한 화제에 분위기는 무르익고, 식탁을 가득채운 빈 술병과 함께 밤은 깊어 가는데, 어느 덧 한 남자와 한 여자를 뺀 나머지 모두가 나가떨어졌다. 건강한 남녀의 그 뒷이야기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으리라. 진부하디진부한 동화의 결말과 같으니까. 대부분 동화의 줄거리는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네’로 끝나지만, 인생에서는 결혼이야말로 진짜 드라마의 시작이니, 그 부부 또한 별다른 수가 없었을 터이다.
세계적 추세가 그렇듯이 캄보디아 한인사회에서도 다문화 가정을 흔히 볼 수 있다. 다른 것에 비해 식문화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닮은 구석이 있어야 하지만,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다른 데가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누구보다 다름의 매력에 끌려 결혼했으련만 그 이질적인 감각이 생활의 발목을 잡는 모양이다. 어떤 결혼생활이라고 속 시원한 해답이 있을까만, 그래도 사람 손을 타는 주방을 가졌다는 건 인생이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싱크대 수채에 거미줄이 슬어 버려진 부엌만큼 쓸쓸한 풍경도 없을 테니.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