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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화원에나 나가 볼까?
숙소를 옮기고 건물 뒤편에 여유 공간이 있어서 손바닥 정원을 만들고 화초를 몇 개 들여놓았다. 옆 건물 때문에 아침 햇살은 못 받지만 서쪽편이 트여 있어서 한낮 내내 햇볕이 들어와 웬만한 양지 식물은 자랄 것 같았다. 초라한 정원이지만 사방이 시멘트벽이라 감옥 속에 숨구멍 하나를 뚫어 놓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며칠 전 옆집이 공사를 벌이더니 서쪽 편에 10여 미터 벽체가 새로 들어서면서 햇볕 받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옆집 건물 그림자가 정원을 뒤덮는다. 백일홍이나 봉숭아, 해바라기 같은 화초를 심어 보리라 마음먹었었는데 이젠 포기다. 양란이나 음지 식물 이외에는 잘 자랄 것 같지 않아 무엇을 골라 심어야 할지 고민이다.
1년 내내 더운 나라에서 살다 보니 사계절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늘 마주치는 자연 풍광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진다. 새잎이 언제 돋아나서 언제 떨어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항상 푸른 잎을 달고 자라는 나무에 별로 정감이 가지 않는다. 초목에 따라 화려하게 꽃을 피워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향기를 풍기는 꽃은 거의 없다. 벌과 나비도 보기 어렵다. 한때는 한국에서 여러 가지 꽃씨를 들여다 심어 보기도 했다. 여름에 잘 자라는 꽃들만 골라 심었는데도 어떤 것은 아예 싹이 트다가 말고 어떤 것은 자라다가 멈추고 말았다. 백일홍 봉숭아 사르비아 코스모스 등 몇 가지만 꽃을 피워 한 동안 즐거움을 주었다. 그렇지만 어느 것 하나 씨를 맺지 않아 한해살이 화초로 끝나 버렸다. 토양과 기후, 풍토가 맞아야 식물들로 제대로 자란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는.
요즘 프놈펜 서쪽 편 신시가지 지역은 새로운 택지 조성 공사로 매우 분주하다. 플랫하우스와 빌라, 상업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사이사이에 널찍한 도로들이 사방팔방으로 뚫려 도시의 면모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어디를 둘러봐도 공원 같은 휴식 공간은 찾기 어렵다. 건물들만 빼곡히 들어차서 새로 조성된 주거지인데도 안정감이 떨어진다. 원래 있던 호수조차 다 매립해서 택지로 바꾸다 보니 드넓은 신시가지 일대가 시멘트 동산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생긴 도로에도 가로수를 심는 것을 볼 수 없다. 새로 조성되는 시가지인 만큼 적어도 몇 군데쯤에는 녹지 공간이나 공원을 만들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좋을 텐데 여기저기 둘러봐도 그런 곳은 찾을 수가 없다. 종합적인 도시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개발을 서둘러서 그럴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개발 붐이 한창일 때 길을 뚫고 건물을 올리는 데 치중했다.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도시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도시를 개발할 때 녹지와 휴식 공간을 확보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건물을 철거해서 공원을 만들기도 한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를 가 봐도 휴식 공간에 대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이젠 검은 하수가 흐르던 개천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말끔히 단장되어 꽃길이 조성되고 다양한 시민 편의 시설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몇 년 사이에 도시가 무척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프놈펜의 아침, 흙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하게 오간다. 망치 소리, 전기톱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프놈펜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 하루도 먼지와 소음에 문을 꼭꼭 닫고 지내야 한다. 답답하다. 담장 밑에 심을 게 뭐가 없나 화원에나 한번 나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