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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어느 한국분의 집에 초대 받아 간 적이 있다. 정원이 딸린 2층짜리 집인데 내부가 고급스럽게 치장되어 있었다. 특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집안 곳곳을 고급 목재로 처리해서 중후하면서도 안락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한국에서는 고급 가구에나 쓰는 자단목이 집안을 휘감고 있었다. 집이 하도 근사해서 집 주인이 누구냐고 물어 보았더니 캄보디아의 모 장관 집을 세 얻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장관은 자기 집을 세 주고 관사로 들어갔나 보죠?”
“아이고, 캄보디아 물정을 잘 아실 텐데 그게 무슨 말씀? 그 사람, 이런 집이 열 채도 넘을 걸요?”
캄보디아에서 몇 년을 살았는데 왜 모르겠는가. 역시 예견했던 대답이 나왔다. 한 번 장관은 영원한 장관이요, 권력은 곧 재력으로 통하는 캄보디아에서 정부 고위층 관료가 집 몇 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도 집 몇 채씩 가지고 있는 부자가 상당히 많으니까. 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가 없고 세금 부담이 미미하니 가진 사람은 자꾸 집을 늘린다. 단독 주택 한 채의 월세가 보통 천 달러가 넘고 몇 천 달러 하는 집도 있으니까 집주인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수입이 얼마가 되는지 계산이 쉽게 나온다. 한 달 수입이 100달러도 안 되는 사람들이 태반인 나라에서 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빈부 격차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새벽 산책을 나가다 보면 길가 담벼락 밑에 거적때기를 깔거나 나무에 그물침대를 걸고 자는 사람들을 간간히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여자도 있고 갓난아이도 있다. 모두 집 없는 사람들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강변의 식당가 건물 밑에는 늦은 밤마다 인력거꾼들이 모여든다. 잠을 자기 위해서다. 손님을 태우는 자리가 그들의 잠자리가 되니까 자전거 한 대가 돈벌이의 수단이자 거처가 되는 셈이다. 몸뚱이 하나 달랑 올라와 도시민의 대열에 합류해 근근이 살아가는 하층민들이다. 중고 자전거 한 대 살 능력이 없어서 임대해 영업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봉제공장의 작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공장 일대는 여공들로 북적댄다. 공단 근처에 잠깐 서는 노점 시장에서 찬거리를 사 들고 끼리끼리 숙소로 향한다. 그들 대부분은 ‘벌집’으로 불리는 집단 거주지에 산다. 서너 평쯤 되는 방 하나에 대여섯 명이 같이 사는데 집세와 전기료, 수도세로 한 사람당 한 달에 7~10달러 정도씩 낸다고 한다. 벌집에 사는 공원들은 그나마 환경이 나은 편이다. 집세를 절약하기 위해서 비가 오면 물이 차기도 하는 저지대의 움막집 비슷한 곳에 사는 공원들도 많다.
최근 프놈펜 외곽을 중심으로 대단위 주택지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인 플랫하우스가 많이 지어지고 있는데, 한 채 값이 10만 달러를 넘는 집들도 많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반 서민은 감히 꿈도 못 꿀 집들이다. 빈 땅에 새 집이 들어서면서 그 곳에서 겨우 햇볕만 가리고 살던 사람들이 줄줄이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집단으로 버텨보기도 하지만 강자 앞에 당할 재간이 없다. 있는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가지고 있고 없는 사람은 기대고 살 언덕조차 없는 나라의 가슴 아픈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