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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믿음이 부족한 사회
최근 몇 달 동안 주방에서 쓰는 프로판 가스 구입 영수증이 빈번하게 올라왔다. 전에는 한 달에 한 번쯤 올라오던 것이 열흘이 멀다 하고 자주 올라오는 것이었다. 밥 먹는 식구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주방을 이용하지도 않는데 왜 그럴까? 의문이 점점 커졌다. 주방 도우미가 새로 바뀌면서 조리 시간이 조금 길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가스 사용량이 많아졌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늘 아침, 가스 배달원이 들어오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 주방에 가스가 떨어진 모양이었다. 배달원이 통을 교체하는 것을 잠시 중지시켜 놓고 직원에게 저울을 가져오게 했다. 빈 통을 저울에 올려놓고 달아 보니 16kg, 새로 가져온 가스통을 저울에 올려놓으니 26kg, 15kg짜리 가스통에 10kg밖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되었다. 그 동안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호통을 치고는 가스 배달원을 그냥 돌려보냈다. 30분 후, 다른 가게에서 가스를 가지고 왔다. 저울에 올려놓으니 31kg, 정확히 15kg 제 용량이 담겨 있었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용량을 속이는 행위가 한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루 이틀 거래한 것도 아닌데 수년 단골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화가 났다. 그러나, 가스 가게를 다른 곳으로 바꾸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 동안의 문제를 들춰서 따져 봤자 발뺌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가스를 배달할 때마다 일일이 무게를 달아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니 새로 바뀐 가게의 양심을 또 믿어 볼 수밖에 별 도리가 있겠는가?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면서 같은 양의 기름으로 주행 거리가 들쭉날쭉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가스 사기 사건(?)을 겪고 나니 의심이 더 깊어진다.
캄보디아 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보면 양이 많고 적음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고기건 야채건 과일이건 모두 저울에 달아서 팔기 때문이다. 누구나 눈으로 확인하고 물건을 살 수 있으니 한국에 비해 훨씬 합리적인 상행위가 정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물건을 사서 집에 가지고 왔다가 산 물건에 문제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반품이나 교환을 하려면 일이 복잡해진다. 사전에 그런 약속이 없는 한 반품이나 교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 전기 제품 같은 것을 사게 되면 주인이 일일이 작동 상태를 확인해서 물건을 내 준다. 이를 번거롭게 생각하고 그냥 가지고 왔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캄보디아의 주거래 화폐는 미국 달러화다. 자국 화폐 리엘이 있지만 보조적인 기능에 그치고 있다.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 같은 몇몇 공공요금을 제외한 대부분의 요금이 달러화로 청구되고, 웬만한 회사 대부분이 달러로 월급을 책정하고 달러로 급료를 지급한다. 대형 슈퍼마켓이건 시골 장터건 일반 거래 대부분이 달러화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캄보디아 전체 통화량의 95% 정도가 달러화라고 하니까 이미 화폐 주권은 포기한 나라라고 보면 된다. 오랜 내전과 외침 등 불안정한 사회를 거치면서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변하곤 했던 자국 화폐가 남긴 유산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돈을 은행에 맡기려 하지 않는다. 돈이 좀 있어도 집안에 꼭꼭 숨겨 두고 쓴다. 돈 떼인 기억 때문에 은행을 별로 신뢰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믿지 못하는, 믿음이 부족한 사회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