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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임금인상과 직업의식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일랑 별반 없지만, 팝의 여왕 <마돈나>로 태어날 수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봄직하다. 화려한 조명 아래 노래와 춤으로 열정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는 인생. 나도 한 때 가수 지망생이었으나 (꿈인들 못 꾸랴!) 음치, 박치, 몸치로, 되고자 하는 ‘갈망’과 타고난 ‘재능’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 포기했다. 직업을 의미하는 ‘vocation’이 신의 부름을 뜻하는 ‘voice’에서 파생되었다던가, 가수는 나의 천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은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삼지 말라던 누군가의 조언이 있듯이 가수 포기는 잘한 짓 같다. 하고 싶어 안달하던 일도 밥벌이 수단이 되면 지겨워지지 않던가.
직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듯하다. 첨단기기의 등장과 함께 천직에 천착하는 이도 줄고, 여가문화와 개인주의가 부각하면서 직장에서는 가능한 한 힘을 아끼려 드는 축도 생겼다.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직업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일하러 갈 만한 곳이 없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떤 신분이든 간에 내가 보기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골치 아픈 사람이다”는 버나드 쇼의 말처럼, 학식, 교양, 재물을 갖춘 사람이라도 일정한 직업이 없으면 그 정체성이 의심스러운 것이다. 과거의 이력을 알 길이 없는 이민생활에서 지속적으로 꾸리는 생업이 있는 사람에게 더 신뢰감이 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캄보디아 노동계가 요즘 술렁거린다. 100불에서 128불로 인상된 최저임금이 올 1월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몸이 아프다”,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 특유의 변명을 대며 더 나은 조건을 좇아 하루아침에 그만두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커리큘럼을 엄수해야 할 교사들마저 돈 몇 푼에 이직하는 일이 다반사다. 임금이 오르면 구매력 또한 동반상승하게 되어 장차는 서로 좋은 일이련만, 사업장을 접고 다른 국가로 이전하려는 업체가 많다고 한다. 섬유분야에서는 당장 낮은 생산성이 문제지만 전문분야에서는 최소한의 직업의식조차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한국은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사회병폐를 갑의 횡포로 싸잡아 넘기고 ‘을’을 피해자로 감싸 안는 듯하지만, 구직자가 줄을 서는 실업난 사회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캄보디아에는 저임금 메리트를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이룬 것은 없고 지녔던 것마저 다 잃어 ‘을’보다 처지가 열악해진 ‘갑’도 흔하다. 직원들이 멀뚱히 들러리 선 가운데 업주 혼자 쩔쩔매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동집약 산업으로 구인난에 허덕이는 캄보디아지만 자동화 시스템에 일자리를 내놓는 실업난 사회로 진입할 날이 머지않았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그 가치는 희소성에 있다. 직업전선이라고 다르겠는가. 없어서는 안 될 인재라면 어떤 조건이라도 수용하려 드는 게 고용주의 공통된 심리다. 희소성의 가치는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캄보디아인에게 자기 분야를 일구는 데 대한 인식이 부족한 듯하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