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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지배하는 사회
8년 전 일이다. 직원이 허겁지겁 밖에서 뛰어 들어와 빨리 나가 보자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따라 나갔더니 한 사나이(?)가 전봇대로 올라가고 있었다. 전기 요금이 연체돼서 전기를 끊으러 왔다고 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요금 납부일이 이틀 전이었는데 깜빡 잊고 요금을 못 냈다고 했다. 이틀 늦었다고 전기를 끊다니…한국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기를 끊어야 한다고 완강하게 버티는 전기회사 직원을 간신히 달래서 위급 상황을 모면했다. 곧바로 요금을 낸 것은 물론 위기 극복하느라 푼돈이 좀 나갔다. 승압을 하면서도 무척 애를 먹었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이틀만에 해결했다. 상당한 액수의 뒷돈 덕분이었다. 전기 문제만큼은 완전한 갑의 손아귀에 있음을 절감했다.
몇 달 전에는 유선 전화가 정지되는 일이 있었고, 인터넷이 끊겨서 낭패를 본 적도 있었다. 모두 요금 납기를 못 지켜서 생긴 일이었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공공요금 납기가 지났다고 독촉장이나 독촉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 그런 서비스가 아예 없는 것 같다. 미납 상태로 며칠이 지나면 바로 서비스가 중지된다. 전기와 같이 독점적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인터넷이나 전화 같이 여러 사업자가 고객 확보 경쟁을 하는 분야도 돈을 안 내면 바로 서비스가 중지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이런 경우에 거의 불평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한 일이라 그런 조치가 당연하다고 생각는 것 같다. 책임을 이행하지 않으면 권리가 제한된다는 면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사고가 바탕이 된 사회로 보이지만, 현상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캄보디아는 ‘갑’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이 권력층과 국민 사이의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갈수록 요금이 내려가는 거의 유일한 것이 인터넷 요금일 것이다. 5년간 인터넷 업체를 서너 번 바꿨다. 물론 인터넷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이 주요 이유지만 요금이 큰 변수였다. 한번 계약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면 좀처럼 요금을 내려주지 않는다. 새로 계약하는 이용자에게는 훨씬 싼 요금을 적용하면서도 수년간 이용하고 있는 고객에게는 예전 요금을 고수한다. 그러니까 품질 좋고 값이 싼 다른 회사로 바꿀 수밖에 없다. 돌고 돌아 다시 그 회사를 선택하면 인터넷 요금이 한참 떨어져 있다. 현실에 맞춰서 요금을 내려주면 한번 잡은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인터넷 품질이 불안정해서 툭하면 애를 먹이지만 요금이 연체되면 냉정하게 끊어버린다. 자신들이 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주인이요 고객이 왕이라는 말은 서비스를 주고받는 사회에서는 고전에 해당한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예외다. 가진 자와 주는 자가 갑이요 이용하는 자와 받는 자는 을이다.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전기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일반 상점에서도 그런 느낌을 자주 받는다. 캄보디아에서는 물건을 사면 현장에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일단 물건을 사 가지고 상점을 나서면 그 물건에 대한 책임은 구매자에게 있다. 나중에 물건에 문제가 있는 것을 발견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점이 갑이요 소비자는 을이라는 의식이 두루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에 일본의 대형 유통체인인 에이온몰이 프놈펜에 문을 열었다. 매장의 규모와 시설면에서 캄보디아 최고를 자랑한다. 일반 생활용품은 물론 고급 브랜드 상품과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외형적인 면과 함께 서비스 면에서도 캄보디아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잘 훈련된 종사자들의 친절한 응대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제까지 별로 경험해 보지 못한 부분이다. 고객이 갑으로 대접 받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