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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이 보는 세상] 지나친 행복
바람의 계절이 온 것일까.
해 뜰 무렵 집 앞 바삭 강변에 나갔더니 부는 바람에 살갗이 상쾌하다. 건너편 강안을 왕래하는 배의 여객들 중에 긴팔옷을 입은 사람들도 눈에 띄어 날이 제법 서늘하겠다 싶다. 우기가 걷히며 사뭇 찌는가 했는데 바람과 함께 지낼 만한 계절이 온다는 징표인가도 보인다.
밟고선 흙언덕 위에서 대략 5∼7미터 높이 정도를 내려가니 수면에 닿을 수 있었다. 우기가 절정일 무렵에는 내려서기 전 서 있던 그 곳까지 얼추 채우던 물이 홀쭉하게 빠진 것이다. 강변엔 바람에 밀려온 부레옥잠 류 식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몸 흔들고 있었다.
한국의 북풍(北風)은 한설(寒雪)과 짝지워져 ‘몰아치다’의 서술어와 함께 어울리곤 한다. 역사책의 갈피마다에는 그래서 언제나 북풍은 살벌한 이미지와 함께 기록되었다. 철사줄에 꽁꽁 묶여 사라진 선조들의 아픈 넋은 아직도 한반도 어드메쯤을 떠돌고 있을까.
어떻든 톤레삽 강 하구의 왕궁 앞에 게양된 각국 국기들을 북에서 남으로 휘날리게 하는 프놈펜의 북풍은 시원한 바람이다. 그 시원함 즐기듯 페리의 느낌을 주는 쾌속선이 남쪽을 향해 속도를 높인다. 그와 바톤 타치하며 스친 대형 여객선은 느긋한 걸음으로 북을 향한다.
매일 동서로 강을 가로지르며 무수한 사람들이며 탈것들을 건네는 중형 선박들은 눈에 흠뻑 익었다. 방금 열거한 것들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배들이 금빛 젖어 일렁이는 수면 제각각 먹고 뱉어 속살 담긴 새로운 느낌의 이야기들을 소곤거린다. 화물선, 바지선에 조그만 고깃배들까지 풀어놓는 사연들도 참말로 다양하다.
강변을 핥고 지나가는 물결은 깃발이 온전하게 펴져 날릴 정도의 바람 세기에 실려 물가를 찰싹거리는데 그 소리가 들을 만했다. 잔잔한 날의 바닷가 파도만큼은 되어서 쪼그려 앉아 귀 기울이면 쏠쏠한 듣는 재미를 선사한다. 이 물들은 거슬러 톤레삽 호수까지 올라가 캄보디아 어민들을 살지우고 돌아오는 길이니 뿌듯하기도 할 것 같다.
얼마쯤인가를 찰싹이는 물 바라보며 노닐다가 등 돌려 내려갔던 언덕길 다시 오른다. 화장실 따로 없어 지저분한 가운데 간밤에 즐기며 먹어치운 고둥 껍질들이 지천에 깔렸다. 그렇게라도 젊음을 발산하는 건 건강함의 표지(標識)일 것, 반가운 느낌이 앞선다.
그러나 다음 순간 2010년 이후 4년만에 재개된 물축제까지 이어진 엄청난 공휴일과 흥겨움의 물결이 떠올랐다. 최근만 해도 현 국왕의 즉위 10주년 기념, 전임 시아누크 국왕 서거 2주기, 5일에서 7일까지 3년을 걸렀던 3일간의 물축제 휴일 본옴뚝에 일요일이었던 9일의 독립기념일을 대체한 다음날 평일 기념식까지 정신없이 이어진 축제 분위기가 나쁠 것이야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저녁 하늘 수놓은 불꽃놀이 더불어 그렇게라도 행복한 현지인들 표정 보며 고까움 담아 잔소리하려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거다.
우스개 섞자면 그렇게 행복하게 놀기만 하다가 “소는 누가 키울 거냐.”는 말이다. 석삼년 지난 흘러간 유행어 들먹여 머쓱하되 도를 넘은 듯한 그 행복감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국가 기간산업인 봉제업체의 교민 사장님들은 정말로 이 말을 하고 싶을 걸 공감하기 때문이다.
100불이던 최저 임금을 내년 1월 1일 적용 기준 128불로 28퍼센트 올리기로 합의했다지만 만족 못하여 협상 계속 되고 있다는데 생산성은 옹글게도 제자리를 지킨다 들었다. 특히 여성보다 남성들이 더 심하여, 열심히 일하는 걸 반겨하지 않는 현지인들 분위기를 읽다 보면 사장님들의 투정이 과장만은 아닌 듯 느껴진다. 자선사업자가 아닌 한 이러고서야 캄보디아에서 기업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 보인다.
어찌 그걸 월급이라고 주나 혀를 차시는 한국 분들이 보이는 듯 해 첨언(添言)하자면 물가 수준이 우리와는 현격히 다르다. 범박(汎博)하게 말해 현지인들 기준으로 생활할 때 1불의 가치가 우리나라보다는 10배 정도 뻥튀겨지는 느낌이다. 100불이란 돈이 넉넉하다는 뜻이 아니라 섣부른 동정심은 오히려 사태 파악을 그르치는 지름길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근대 서양 학자들 중에서 자유에 관한 권위자를 꼽으라면 존 스튜어트 밀을 거론하는 연구자들이 많다. 그는 불후(不朽)의 고전 〈자유론〉 1장에서 개인의 자유권을 옹호하며 이렇게 변호했다. “그가 나에게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았다면 그를 내버려 두라!”
그러니까 속되게 말해 남이야 ‘전봇대로 이빨을 쑤시든 말든’ 상관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무지막지한 전봇대가 상하게 할 이빨이 눈앞에 보이는데 어찌 안타깝지 않으리오. 부질없는 일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이리 몇 마디 지껄여보는 것이지요 뭐.
자유를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밀이 대안으로 제시한 해법은 충고와 설득과 간청이다. 내 알량한 자존심에 그렇게까지야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현지인들 잘 살기를 바라기에 그 비슷하게는 하고 싶다. 그래서 짜낸 문장이 건강을 위해 지나친 흡연을 삼가듯 ‘인간다운 삶’을 바란다면 ‘행복의 지나침’을 절제하는 지혜가 절실하다는 고언(苦言)이다.
한유일(교사) shiningday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