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언어는 경쟁력이다

기사입력 : 2014년 12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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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 하는 캄보디아 사람 좀 보내 주세요. 직원으로 쓰려고 합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사람 구하는 한국인들로부터 수시로 전화를 받는다. 어떤 분은 직접 학교로 찾아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분들이 원하는 사람을 쉽게 연결해 주지 못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한국어를 잘 하는 캄보디아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많으니까 원하는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학교에서 4개월 정도 한국어를 공부하면 기초 한국어 능력 시험(EPS 토픽)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하기 때문에 학생의 70% 정도는 한국으로 들어간다. 나머지 학생 중에서 6개월의 중급 과정을 거치고 나면 한국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지만 이 중에서도 취업 가능한 학생은 많지 않다.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이미 한국인 업체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꾸준히 공부해야만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외국어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하는 캄보디아 학생은 매우 드물다. 그러다 보니 고용자의 기대 수준에 맞는 직원을 찾기 어렵다. 요즘에는 함께 일하면서 업무 능력과 자질이 검증된 캄보디아 직원을 학교에 보내서 한국어를 배우게 하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또, 의사소통의 필요성을 넘어 비즈니스를 위해 캄보디아어를 배우는 한국인도 많다.

한국인을 위한 캄보디아어 과정에는 기초 회화 과정(3개월)과 중급 회화 과정(10주), 문자 과정(10주) 등이 있다. 똑같은 기간을 투자하더라도 개인별 수준차가 큰 것이 언어 공부다. 학생 개개인의 언어적 소양이나 학습에 쏟는 노력 여하에 따라 한국어 구사 능력은 개인별로 큰 차이가 난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사람들에게 캄보디아어를 가르치다 보니 두 집단별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한국 사람이 캄보디아어를 매일 한 시간씩 3개월만 공부하면 일상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반면, 캄보디아 사람은 매일 두 시간씩 10개월을 공부해도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어가 배우기 까다로운 언어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람의 학습 열기나 성취 욕구가 캄보디아 사람에 비해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캄보디아어를 배우려는 한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의사소통은 물론 비즈니스를 하는 데도 언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캄보디아어를 배우는 그룹이 몇 개 생겨서 날로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말을 배우기 위해 캄보디아에 유학 오는 한국 학생도 부쩍 늘었다. 한국어를 배워서 한국에 취업해 가거나 캄보디아에서 한국 회사에 들어가려는 캄보디아인 못지않게 캄보디아어를 배워서 장래의 진로를 모색하려는 한국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수십만 명이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해외로 나간다. 대부분 영어나 중국어에 편중돼 있다. 외국어가 장래 진로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같은 언어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필요할까? 공급 과잉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직 관심 밖에 있는 소수 계층의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장래에는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 잘 하는 캄보디아 사람이나 캄보디아어 잘 하는 한국 사람이 늘 부족한 캄보디아의 현실을 보면 그렇다. 외국어 하나를 더 습득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또 하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캄보디아에서 비즈니스를 해서 성공하려 한다면 캄보디아어 습득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