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더 큰 가치를 선사하는 일

기사입력 : 2014년 10월 28일

Sorn Seavmey_news855

10월 16일 저녁, 올림픽 스타디움 실내 체육관에서 K팝 공연이 열렸다. 캄보디아 젊은이들에게 친숙한 U-Kiss를 비롯해서 또 다른 K팝 여성 그룹 Laboum, 중진 가수 장미화, 팝페라 가수 채송화, 탤런트 임호 등이 출연하여 1만 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공연 실황은 바이욘TV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오락채널 ETV로 생중계 되어 캄보디아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K팝에 대한 캄보디아 젊은이들의 인기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열기가 매우 뜨겁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이전에 열렸던 다른 공연들과 달리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한국의 한국아시아우호재단(이사장 최재성 의원)이 캄보디아에 도서를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도서 보급의 첫발을 내디디는 도서 기증식을 갖고 이를 기념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이 공연에 참여하여 이 뜻 깊은 행사를 지원해 주었다.

공연에 앞서 이 날 오전에는 캄보디아 기술대학 강당에서 도서 기증식 행사가 있었다. 한국에서 캄보디아어로 제작한 2만 권의 동화책을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체육부에 전달하는 행사였다. 이 행사에는 캄보디아의 학생과 교사, 관련 부처 장관과 공무원, 그리고 한국에서 온 60여 명의 후원자와 공연진, 재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과 정부 관련 기관의 대표들이 참석하였다. 최재성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마음의 양식이 되는 좋은 책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 정부의 캄보디아에 대한 지원 규모는 원조를 하고 있는 여러 나라 중에서 상위에 속한다. 현재 캄보디아를 돕는 나라 중에서는 다섯 번째로 원조 규모가 크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과 민간단체의 캄보디아 지원 활동도 매우 활발하다. 선교 활동과 병행해서 캄보디아를 돕고 있는 분들이 많고, 기부나 봉사를 통해 캄보디아의 빈민을 돕는 분들도 많다. 한국의 여름과 겨울 시즌에는 캄보디아행 비행기 좌석표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봉사자들이 캄보디아를 찾는다.

지원 대상과 방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캄보디아를 돕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차이가 있다. 다른 지원국들과 마찬가지로 물질적인 지원도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문화적 토양을 넓히는 일련의 지원 활동이 두드러진다. 특히 한국의 발전 모델을 전수해 주고 선진 기술과 교육 시스템을 전파하여 캄보디아 사람들이 자생력을 갖게 해 주는 지원 활동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캄보디아 발전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K팝 공연 중간에 인천아시안게임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손 시브메이 선수가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고 무대에 올라왔다. K팝 가수 이상의 환호가 공연장 안을 뜨겁게 달궜다. 과연 그녀는 캄보디아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이 영웅을 누가 만들어 냈는가? 한국이다. 한국에서 감독을 파견하여 캄보디아에 태권도를 장착시켰고, 그 가운데 이 선수를 발굴하여 집중 지원했다. 감독의 헌신적인 지도는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훈련비와 출전비가 없어서 쩔쩔 맬 때 여러 교민들이 십시일반 지원하여 선수를 기르는 데 일조했다. 부영 이중근 회장은 태권도 훈련장을 지어 주었다. 그 결과, 캄보디아의 영웅을 만들어 냈고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용기와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고 단합의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차 한 대 주는 것보다 책 한 권 선물하는 것이 캄보디아의 미래를 위해 더 큰 가치를 선사하는 일이라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