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요행을 바라는 시험 풍토

기사입력 : 2014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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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취업을 위한 기초 한국어 능력 시험이 10월 마지막 주말에 치러진다. 올해는 고용 허가제가 시행된 후 여러 차례 치러진 시험 중에서 가장 어려울 전망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5만 명 이상이 이 시험에 응시했고 선발 인원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10대1이 넘는 경쟁률이니 웬만큼 한국어를 공부해서는 시험 합격이 불가능하다.

시험이 어려워졌는데도 학생들의 공부하는 태도를 보면 답답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수업 시간 공부만으로 대충 때우려는 학생들이 많고 쉬는 날이 있으면 우선 놀고 보는 습성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지난 프춤번 연휴는 주말과 이어져 휴일이 5일이나 됐다. 연휴가 시작되기 십여 일 전(시험 50일 전), 지방에서 올라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번 휴일만큼은 시험이 임박했으니 가능하면 고향에 내려가지 말고 학교에 남아 공부하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50일만 고생하면 50년이 행복하다!’라고 칠판에 크게 써 놓고.

그러나 허사였다. 70여 명의 기숙사생이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고향으로 내려가 버렸다. 이뿐인가. 연휴 며칠 전부터 미리 내려간 학생도 있고 연휴가 끝나고 수업이 시작된 며칠 뒤에야 올라오는 학생도 부지기수였다. ‘시험이 코앞이라 이번엔 좀 다르겠지.’ 했던 기대가 싹 무너졌다. 실력을 쌓기보다는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시험에서는 더욱 농후한 것 같다.

현재 캄보디아의 초중고 학교들은 몇 달째 방학에 들어가 있다. 예년 같으면 이미 새 학기 개학을 해서 모두 학교에 다닐 때인데, 왜 모든 학교가 한 달이나 더 쉴까? 한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10월 12일에 있을 고등학교 졸업 자격 재시험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지난 7월에 캄보디아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이 있었다. 한국과 달리 캄보디아에서는 졸업 시험을 통과해야만 졸업 자격을 얻는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는 전체 응시자의 25% 정도만 시험을 통과했다. 75% 이상이 합격권에 들었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의 문제로 시험을 치렀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캄보디아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은 그 동안 엄청난 부정 행위로 세계적인 이슈거리였다. 한 반 학생들이 모두 돈을 걷어 감독 교사에게 바치고 자유롭게 베껴 쓰는가 하면, 다양한 방법의 커닝과 매수가 동원되어 시험이 치러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부정 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거듭된 경고와 함께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펼치고, 시험장에 경찰을 배치하고, 시험 감독 교사를 두 배로 늘리는가 하면, 감독 수당을 두 배로 올렸다. 그 결과 부정 행위가 대폭 줄어서 예년에 비해 획기적으로 깨끗이 치러진 시험으로 평가되었다. 결국, 과거의 높은 합격률은 부정 행위의 결과였었다는 얘기가 된다.

시험이 끝난 후 큰 문제가 생겼다. 대학이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고등학교 졸업 시험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 합격권에 들지 못했던 학생들이 주 대상이라고 한다. 물론 재시험도 감독을 철저히 해서 부정 행위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입장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재시험을 치러도 탈락자가 많이 나올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문제를 쉽게 내도 그 문제의 의미 자체를 모르는 학생들이 정답을 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올바로 공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시험을 본들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고등학교 과정의 인수분해 문제 대신 초등학교 과정의 더하기 빼기 문제로 내지 않는 한 알고 답을 쓸 수는 없을 테니까. 노력보다는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어찌 시험 준비생에게만 있겠는가. 캄보디아가 안고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