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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
가장 기이한 ‘팁’은 영국 찰스 2세 암살미수범으로 단두대에 오른 윌리엄 러셀이 참수형집행인에게 건넨 돈이리라. 17세기 당시에는 사형이 최고 구경거리로 군중 앞에서 이벤트처럼 치러졌는데, ‘잭 케치’라는 사형집행인은 사형수의 목을 일부러 여러 번 내리 쳐 참수과정을 즐기는 것으로 악명 높았다. 러셀은 우아하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도록 단번에 베어달라며 거금(10기니)를 쥐어 주었다.
처음 팁이란 걸 주게 된 건 결혼을 앞두었을 때였다. 누군가 예비신부는 담당 미용사에게 팁을 주는 게 좋다고 귀띔했는데, 미용사가 정수리머리를 만지자 “죽일까요? 살릴까요?”, 고전유머와 함께 단두대의 러셀경 생각이 났다. ‘잘 해 달라는 의미로 선불로 해야 하나, 잘 해주는 정도를 봐서 후불로 해야 하나, 러셀은 죽고 나면 팁을 줄 수 없을 테니 먼저 주었겠지?…’ 팁이란 서비스에 대한 성의표시일 따름인데 주머니가 간당간당한 설계쟁이인지라 평소 미용실 의자에만 기대면 느긋해지곤 하던 것과 달리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그럭저럭 팁 문화에 이력이 난 후에도 팁을 받아든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기뻐하면 ‘봉 노릇을 했나?’ 싸구려 과시욕을 즐긴 듯 씁쓸하고,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면 ‘너무 인색했나?’ 걸어 나오는 뒤통수가 화끈거리는 게 마음이 편편찮은 건 매일반이다.
고금을 막론하고 화급한 일이나 은밀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에는 ‘웃돈’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팁이란 말은 18세기 영국의 한 식당에 “To Insure Promptness” 즉, “신속함을 보장받기 위하여”라고 써 붙인 문구의 머리글자를 딴 데서 유래했다. 우리나라나 일본, 중국은 팁 문화가 없는 편이고 유럽 쪽은 가격에 포함되어 나오는 곳이 많은데, 북미 쪽은 거의 의무적이다. 대부분의 서비스직은 팁이 주된 수입원으로 급여에서 봉사료부분을 공제하다보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는 팁으로 인해 파행을 겪는 경우가 있다. 숙련된 서비스로 본분을 다하고도 손님을 좀 더 감동시켰을 때 기대되는 것이 팁이련만, 시늉만 내는 수준에 팁으로 연결되는 일에만 열을 올리느라 본분은 작파하기 일쑤고, 최빈국에 대한 동정심에서인지 외지인이 뿌리는 선심성 팁이 하루 보수보다 몇 배 많기도 해 정당한 노동 가치에 대해 혼란을 빚기도 한다.
팁에는 불평등 요소가 다분하다. 재량껏 정하는 금액이다 보니 남보다 후하게 줌으로써 특별대우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요식, 숙박, 관광업 종업원같이 사회적 약자에게 지불되는지라 사람을 부리는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유럽에서는 팁 문화가 차츰 없어지는 추세고 미국에서도 “우리 서비스 스탭은 월급을 충분히 받고 있으니 팁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써 붙인 식당이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오래된 팁 문화가 쉽사리 바뀌기 힘들겠지만 자존감의 문제인지, 자기직분에 대한 책임에서 성심을 다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눈에 들기 위해 수선을 떠는 모습에선 왠지 서글픔이 느껴진다. / 나 순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