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역사탐방] 앙코르 왓의 회랑과 부조

기사입력 : 2014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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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왓의 회랑(사원이나 궁전건축에서 주요부분을 둘러싼 지붕이 있는 긴 복도)은 중앙의 탑을 기준으로 세 겹으로 둘러쌓여 있다. 세 개의 회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시각성과 회화성을 볼 수 있는 곳은 가장 바깥쪽 회랑이다.

사원의 설계자들인 사제들은 앙코르 왓을 지은 수리야바르만 2세의 영광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장소로서 회랑을 활용했으며 회랑 부조의 의도는 힌두교의 최고신인 비쉬누 신과 수리야바르만 왕을 동일시하는 느낌을 주는 것인데 마치 이야기가 전개되는듯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한 듯 하다. 왕의 행렬, 우유바다 젓기, 라마왕자와 악마의 왕 라바나의 전투 등 각각의 주제가 시작되는 것부터 절정에 도달할 때까지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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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의 남쪽 벽에 군사들의 행렬이 시작되고 행렬 가운데 왕이 코끼리 등에 올라탄 모습, 행군이 시작되기에 앞서 왕이 대신들로부터 충성의 서약을 받는 행사 등과 같은 주제는 예전의 캄보디아 건축에서 없던 소재들이다. 신을 조각해 놓던 관습에 왕과 그의 신하들을 조각해 넣는 일은 캄보디아 건축사상 처음인 일이었고, 그 후에 세워진 바욘 사원에 왕을 비롯한 귀족과 서민들의 모습을 새겨 넣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회랑 벽면마다 빈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다양한 주제들이 부조되어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부조가 의도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방향이다. 쿠루평야의 전투, 우유바다 젓기 장면은 서쪽에서 동쪽 축을 향해 부조되어 있는데 이것은 인간과 신의 영역을 구분하는 동시에 신과 왕이 동일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두 번째는 규모와 위치이다. 부조의 크기가 클수록 그 인물의 비중이 그만큼 크고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수많은 신과 악마, 병사 등이 출현하는 혼란스러운 전투장면을 묘사할 때에도 비쉬누 신, 수리야바르만 왕, 장군 등 중요한 인물은 그 장면의 중심에 크게 위치한다. 세 번째는 특정 숫자에 대한 상징인데 하나의 주제가 한 면에 부조되면 다른 면에는 그에 상응하는 주제가 부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남쪽에 수리야바르만 왕의 대신이 열아홉명 부조되어 있으면 그 맞은편 북쪽에는 신들의 왕 비쉬누 신과 열아홉의 신이 부조되어있다. 또한 최고신인 비쉬누 신과 수리야바르만 왕을 동일시하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 글 : 박근태(왕립프놈펜대학 크메르어문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