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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후예
영화‘노아(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는 널리 알려진 ‘노아의 방주’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카인과 아벨 이후 세대가 흘러, 무자비한 포획으로 자연은 황폐해지고 동족끼리 분쟁과 살육이 그칠 날이 없다. 은둔하던 노아에게 타락한 인간을 벌하기 위한 대홍수의 계시가 내려진다. “우리 가족은 무고한 자들의 구원자가 되어야할 임무를 받았다. 무고한 자란 동물이다. 동물들은 에덴동산에서처럼 살고 있으니까.” 창조주의 의도에 회의를 품지만 노아는 방주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노아처럼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믿는 노아의 후예, 유대인만큼 박해를 많이 받은 민족도 드물 터이다. 유대역사를 살펴보면 그들이 가는 곳마다 종교 갈등, 독점 자본, 집단 탄압이 끊이지 않았다. 유일신사상과 선민사상을 신봉하는 유대 신앙으로 뭉친 그들은 다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 우수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나만이 선택받았다는 배타성과 무리 중에 두각을 나타내는 탁월함이 때로는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탓일까, 역사의 부침에 따라 공격대상으로 몰리곤 했다. 그런 박해를 피해 자신들의 나라 이스라엘을 세웠는데, 역사는 반복되는지 거꾸로 팔레스타인인에게 박해를 가하고 있다. 두 민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은 유대민족이 팔레스타인지역을 자신들 선조 땅이라고 주장하며 그곳에 거주하던 아랍인을 몰아내고 나라를 세운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숱하게 벌어진 전쟁의 명분이야 구구하지만 본질은 평화적인 공존보다 패권확장을 꾀하는 데 있다. 이번 이스라엘의 맹폭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000명, 부상자는 5000명에 이른다. 사망자 중 80%가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한 민간인이라고 한다. 파괴와 증오, 보복, 살생이 난무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아비규환 그 자체로 국제 여론이 일제히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영화 ‘노아’는 성경과 무관하게 인간의 멸종을 다룬다. 사람에게서 절대 선과 절대 악을 보게 된 노아는 자신과 가족 또한 카인의 후예와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인 존재임을 깨닫는다. “이번엔 인간은 없다. 우리가 동산으로 돌아간다면 그곳은 다시 파괴되고 말거야. 인간의 씨를 말려야 해” 생물보존 임무를 완수한 뒤 가족 모두 순차적으로 죽음으로써 인류종말을 단행하려 한다. 그러나 갓 태어난 쌍둥이 손녀의 가녀리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모질게 먹은 마음이 무너지고 만다.
“팔레스타인인을 낳은 그들의 부모는 테러리스트를 공급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의 엄마들도 죽여야 한다…그것이 정의다.”는 이스라엘 새이크 의원의 극언은 대상만 바뀌었을 뿐, 인종청소를 자행하던 나치가 유대인에게 했던 말인가 착각할 정도로 닮았다. 더구나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족인(셈족) 팔레스타인인에게 가하는 작금의 이스라엘 만행은 카인의 시대를 능가하는 듯싶다. 마지막 노아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니. / 나순 (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