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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손을 내미는 사람들
강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하나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지갑을 뒤져 잔돈 몇 푼을 쥐어 주었다. 몇 십 분간 강변을 산책하는 동안 몇 명의 아이들이 다가와 또 손을 내밀었다.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쳐 갔다. 그런데 한 아이는 처음부터 줄곧 따라오면서 측은한 눈빛으로 계속 적선을 요구했다. 못 주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여도 막무가내로 따라다녔다. 보기가 민망했던지 마침 길가에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손님을 기다리던 모토 기사가 그 아이를 불러 꾸짖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떠날 때까지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돈을 요구했다.
시장을 보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남루한 차림의 젊은 여인 하나가 손은 내밀었다. 물론 돈을 주지 않았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구걸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밉게 보였기 때문이다. 모니봉 도로와 시아누크 도로가 만나는 사거리를 지날 때면 갓난아이를 안고 구걸을 하는 가족을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어느 날은 남자 아이가, 어느 날은 여자 아이가 똑같은 갓난아이를 팔에 안고 돌아다니면서 신호 대기중인 자동차 창문을 두드린다. 뜨거운 햇볕에 얼굴이 땀과 흙먼지에 범벅이 된 아기가 여간 측은해 보이지 않는다.
캄보디아에서 관광지나 공원, 시장 근처를 지나다 보면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사람을 종종 만난다. 그 중에는 거동이 매우 불편하거나 노약자라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다. 특히 구걸 행위를 하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측은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려서부터 잘못된 의식을 가지고 큰다는 생각이 들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다수가 빈곤층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에서 구걸 행위가 근절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근로 의욕을 상실하고 남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특히 보호 받고 자라야 할 어린아이들까지 구걸 행위를 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에는 잔돈을 바꾸어 가지고 다니면서 손을 내미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었다. 대문 앞에 와서 적선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그냥 보내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각을 바꾸었다. 남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만 돕는다. 어린아이들은 그 대상에서 지워 버렸다. 어려서부터 의타심을 길러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같이 밖에 다니다 보면 어려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돕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다가와 손을 내밀면 꼭 얼마라도 건네주곤 한다. 자신도 그리 넉넉하지 않은데 그러는 걸 보면서 캄보디아 사람들의 마음이 매우 따뜻하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도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거지도 많았고 상이군인도 많았다. 쌀 한 줌 밥 한 덩어리라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살아온 과거가 있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은 이제 국가의 주요 책무가 되었다. 먹고 사는 일에서부터 삶의 질을 높여 주는 일까지 빈민에 대한 국가 지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우리의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지원 체제가 극히 미미하다. 개인적 자비나 해외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국가 재정이 넉넉지 못해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재산 축적과 부의 분배 측면에서 보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많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극소수 특수 계층이 존재하고 있는 사회가 캄보디아이기 때문이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