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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
캄보디아 뽀쌋주 숲속에서 약초를 깨던 농부가 호랑이의 공격을 받았다는 보도가 났다. 몸 여기저기 찢기는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구조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어릴 적 한적한 산길을 걸을 때면 조그만 들짐승 소리에도 소스라치곤 했는데, “들짐승은 사람이 먼저 해코지하지 않으면 덤비지 않는 법,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머리 검은 짐승”이라며 어머니께서는 인기척에 더 놀라곤 하셨다. 과연 이곳 캄보디아 열대밀림에서는 어떤 먹이사슬이 전개되는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게이츠 재단의 보고서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 발표됐다. 2013년 사람을 가장 많은 죽음으로 몰고 간 동물을 집계한 결과 모기가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병, 뇌염 따위를 옮기는 모기에 의해 지난해 사망한 사람이 72만 5000여명에 달한다.(모기는 전년에도 1위) 2위는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피살된 사람이 연간 47만5000명이나 된다. 3위는 뱀(5만명), 4위는 광견병에 걸린 개(2만5천명)다. 영화에서 늘 위험한 동물로 그려지는 늑대와 상어는 최하위인 10위로 이들에게 희생된 사람은 연간 10명에 불과하다. 개체수가 적은 탓인지 호랑이, 사자, 표범 같은 고양이과 맹수는 순위에 끼지도 못했다.
“역사”란 인간이 동족을 대량 살해한 사건들의 기록이라 해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국가(민족) 간 갈등이 극심했던 19세기 초에서 20세기 중엽까지 100년 남짓한 기간에 6천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크림전쟁, 1 · 2차 세계대전 등 숱한 전쟁과 히틀러, 스탈린 같은 독재자의 학살 때문이다. 그 시기로 치자면 사람에게 치명적인 동물 1위는 단연 인간이었으리라. 제국주의적 독재자야말로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인 셈이다. 동물계에서 짝짓기나 서열경쟁으로 인한 소규모 동족살해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인간처럼 이데올로기를 빙자한 권력다툼으로 동족을 도륙하는 야생동물은 단 한 종도 없다는 게 동물학자들의 분석이다. 우리는 끔찍한 살생을 행한 사람에게 “짐승 같은 짓을 저질렀다”고 비유하지만, 모르긴 해도 동물계에서는 “인간만도 못한 놈”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까 싶다.
“산천초목도 벌벌 떨던 독재자로 하여금/제 뺨을 세 번 되우 치게 하고 죽었으니/아는 사람들은 그 의로운 血(혈)을 기려/문 열사(蚊 烈士)라 부른다.” 독재자가 자신의 뺨에 앉아있던 모기를 제 손으로 후려쳐 잡는 순간을 묘사한 반칠환 시인의 “문 열사”의 한 대목이다. 독재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응징하게 했다하여 그 모기(蚊-문)를 열사(烈士)라 풍자한 모양이다. “호랑이 물어 갈 놈” 이란 고리짝 저주도 “열대모기에 물릴 놈”으로 바꿔야 할 듯하고, 다가오는 7 · 30 보궐선거도 그렇고 지도자를 뽑을 때는 모기 다음으로 인류에게 해악을 끼치는 ‘독재성향’ 점검이 최우선일 듯하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