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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결혼 기념일 선물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속박에 대한 두려움보다 크다고 한다. 우리 때만해도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결혼적령기를 놓치고 외로운 외톨이신세가 될까 무서워 결혼을 택하기도 했다. 나는 결혼 후 외로움과 확실히 결별했다. 어느 세대나 나름의 특색을 갖게 마련인데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제도의 실험장>으로 명명할 만하다. 인구분포도의 최고점을 찍은 인구폭탄세대로서, 유신시대’능률과 실질의 숭상’이라는 구호와 함께 무한경쟁의 정글로 내밀렸다. 엄청난’쪽수’는 과잉수요로 이어졌고 모든 것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허우적댔다. 그 애물단지들이 몰리는 곳마다 이전 체제로는 감당이 안 돼, 교육 평준화, 공동주택 선분양제 등 새로운 제도의 실험이 강행됐다. 학교 당첨, 아파트 당첨, 요양시설 당첨에 이어 납골당 분양 받을 때조차 간당간당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할 세대다. 시대의 영향도 그렇고 휘둘리기 싫어하는 성깔 탓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우리부부의 인생실험도 계속돼, 지금껏 결혼생활은 스릴 만점이었으니 외로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고 해야 옳다.
결혼기념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케이크에 초 꽂을 자리가 비좁은 나이에 이르고 보니 기념일이라고 해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목적에 도취해 바득바득 살아온 삶이 새삼 속절없게 느껴져 조금은 서글프기까지 하다. 가슴 설레던 야망의 허무를 보아버린 그 시대 남자들은 무엇으로 살까, 남편의 뒷모습 또한 쓸쓸해 보인다. 아직은 얼마든지 시간이 있다고 여겼던 옛날과 달리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고 슬슬 꼬리를 내리고 싶어진다.
이런 때는 파격이 제격이다. 이번 결혼기념일 이벤트는 파격적인 걸로 졸라볼까 보다. 무슨 날이 다가오면 남편에게 광고를 해대는 게 요즘 내 작전이다. 단물 다 빼먹은 사이에 애정전선 확인 따위로 속을 끓일 순진한 시절은 지났기 때문이다. 결혼은 남녀양자지사인데 선물은 왜 남편만 해야 하는가 볼멘소리를 하실 남성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다. 남편 측에서 선물을 하는 범지구적 문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이다. 근육이 지배하던 옛날이야 말할 나위도 없고, 세상이 아무리 개화 됐다 해도 삶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사회적 완충장치가 유부녀를 위한 것보다 남자를 위한 것이 대부분인 데에 있지 않나 싶다. 남녀 간 심리의 진화적 차이에 근거할 수도 있겠다. 일 년 내내 사랑타령만 하는 남자는 드물 것이며, 그런 얼간이가 있다 하더라도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 여자는 다르다. “남자의 순수한 사랑을 경험한 여자는 평생 고독을 느끼지 않는다”는 릴케의 말이 있듯이, 사랑의 진정성에 관한한 민감하다. 진심을 담은 통 큰 하루의 사랑으로 아내의 일 년치 사랑을 보장받으시라. 사랑받는 여자가 훨씬 매혹적이라는 말이 있지만, 여인의 지지를 받는 남자는 걸음새부터가 다르다./ 나순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