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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뜨신 밥
화장하는 일이 귀찮은 나이가 됐지만”여자의 진짜 얼굴은 맨얼굴보다는 화장한 얼굴이다”는 시오노 나나미 말에 공감한다. 여성 고유의 스타일에 대한 언급이겠지만 어쨌거나 솜털 보송한 소녀의 맨얼굴은 금방 수세를 마치고 나온 듯 싱그러우나, 중년여인의 맨얼굴은 고약을 부리느라 씻지도 못하고 나온 듯 을씨년스럽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거울 속 여인의 뺨이 볼터치를 한 듯 발그레하다. 남편은”부끄러운 짓을 많이 했겠지”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이런저런 낯선 증세와 겹치는 걸로 보아’안면홍조’, 갱년기 증후군이 분명하다.
얼마 전에 시어머님 병환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서울에 닿자마자 입원해 계신 병원으로 향했다. 고국의 봄이 한창이었다. 서둘러 속살을 내민 목련은 어느새 지고 말아 시커멓게 뭉개진 꽃잎이 보도 위를 뒹굴고, 한 편으로 진홍색 꽃잔디가 봄의 화신인양 화사하다. 몸 한쪽에 마비가 온 시어머님은 거동이 불편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할 형편이었지만, 상체는 웬만큼 회복된 상태셨다.
연세 지긋하신 분들의 재활병동임에도 불구하고 소란이 그치지 않았다. 치매 할머니의 흥에 겨운 병실순회공연, 식감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의 식탐투정, 수면제에 의지해 낮을 밤 삼아 자는 말기 환자의 코고는 소리… 내 안면홍조의 가까운 미래와 동물과 인간의 모호한 경계,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늦춘 첨단의료의 현주소가 그곳에 있었다. 역시 치장이나 격식, 예의, 교양과 같은 정체성의 가면이야말로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적인 격의 표상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있다는 정의는 그 가면을 스스로 추스를 수 있을 때까지가 아닐까 싶다.
여든 다섯의 시어머니는 우리 부부와 함께한 며칠 내내 어린아이처럼 우셨다. “제 새끼가 왔는데, 뜨신 밥 한 끼 못 해 주는 인사가 더 살아 뭐하누?”울음의 이유는 단순했다. 분가하기 전 이십년 가까이 시어머님과 함께 살던 때, 나를 가장 괴롭힌 것은’밥’이었다. 그것도 뜨신 밥. 낮밤 없이 돌아가는 지랄 맞은 설계일로 며느리가 일과 사람에 절어 헤매든 말든, 집안에 누군가 들어서면 시도 때도 없이 <아가, 냉큼 밥 앉혀라!>, 서두시는 어머니는 아무도 못 말렸다. 퇴근해 돌아오는 알량한 아들과 며느리의 뜨신 밥 타이밍을 맞추느라 대문 문턱이 반질반질해지도록 동네어귀를 살피던 그녀였다.
그녀의 평생 바람은 자기성찰이나 정의구현 따위의 거창한 것이 아닌, <뜨신 밥>을 통해 인간에 대한 예의와 자신의 온기를 전해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시어머니와 얼굴 붉혔던 일도 숱하건만 좋은 기억만 자꾸 떠오르는 게, 어찌할 수 없는 별리의 예감인양 서럽다./ 나순 (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 )
*뉴스브리핑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