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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코끼리
<내 아내 제인을 5실링에 팝니다. 그녀는 호흡이 고르고 팔다리가 튼튼합니다. 씨를 뿌리고 추수하는 일은 물론 쟁기질도 잘하고 마차도 몰 수 있지만, 입이 거칠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강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장한 남자가 적당할 것입니다…이 여자를 파는 이유는 그녀가 남편인 저에게 너무나 벅차기 때문입니다. 주목! 그녀의 옷가지일체도 포함된 가격입니다.>”발가벗은 역사”에 기록된 1796년 영국신문의 개인소식란에 실린 기사다. 예나 지금이나 약삭빠른 세태는 여전한지 요즘 신문에도 사건자체가 개그 수준을 능가하는 기사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간혹 블랙유머의 경지를 보게 돼 씁쓸해지기도 하지만.
얼마 전 신문에, 캄보디아 코끼리를 한국으로 도입하려다 망신당한 기사가 났다. 대전시 출자기관인 대전 오월드측과 시의원들이 벌인 해프닝이었다. 2002년 오월드 동물원 개원당시만 해도 코끼리 한 쌍이 있었으나, 암 수의’불화’가 끊이지 않아 암코끼리를 다른 동물원으로 입양시키면서 열혈청춘 수코끼리’삼돌이’가 독수공방하게 된다. 국내에 남아있는 코끼리 9마리 중의 암코끼리 대부분이 폐경기가 한참 지난 30대 이상의 할머니로, 삼돌이는 신방을 차릴 수 없는 안타까운 처지다. 짝을 찾아줄 방도를 찾던 오월드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 중형소방펌프차 1대와 캄보디아 코끼리 한 쌍을 맞기증 하기로 합의한다.(코끼리는 멸종위기동물로 국제적으로 매매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대전시 소방본부로부터 무상으로 넘겨받은 1997년식 폐차직전의 소방차가 말썽을 일으킨다. 시아누크빌에서 통관절차를 밟고 프놈펜시로 이동하던 중 동력전달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국회 기증식 현장에 도착하지 못한다. 오월드는 현지에 예산을 보내 수리를 마친 후 지난 2월 캄보디아 국회에서 살수 시연식을 가졌으나 물을 뿜어내지 못한다. 삐까번쩍 거죽만 새 페인트로 포장한 고철을 안겨주고 멀쩡한 코끼리를 입식하려다 코끼리 코빼기도 못 보고 국제적 망신을 당한 셈이다.
동물학자에 따르면 코끼리는 지능이 높아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출산이나 죽음에 대한 예를 지킨다고 한다. 초보적인 문화가 있다는 뜻일 테다. 코끼리는 가족위주로 무리를 지어 사는 족속으로 고아와 노약자를 공동으로 보살피는 것은 물론, 동료가 죽으면 돌아가면서 곁을 지킨다. 주검을 어루만지다가 풀과 나뭇잎으로 감싸주고는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초원의 석양 속으로 사라지던 그 신령스런 동물의 장엄한 행렬, 언젠가 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영상이 눈에 선하다. 그 옛날 영국농부의 드센 아내든 이 시대의 골골한 소방차든, 뭐든 거래를 통해 이윤을 내고야 직성이 풀리는 호모 에코노미쿠스다운 인간의 모습이 그 영상과 겹친다. 헐벗고 주리는 나라를 상대로 벌인 얄팍한 오월드의 행태를 보고,”짐승만도 못하다!”고 하면 주무시던 코끼리가 웃을 것 같다./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 )
*뉴스브리핑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