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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시대&캄보디아] 14. 공인전자주소와 관피아
박근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울면서 언급한 적폐의 대표적인 예가 관피아였습니다. 한국 사회는 전방위로 공무원들과 기업들간의 유착을 통해 온갖 형태의 관피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IT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제탐사언론컨소시엄 정회원 언론기관인 뉴스타파는 지난 6월10일 “대통령 위에 나는 관피아” 보도를 통해 그 예를 보여줍니다. 스포츠 기금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 1조원 규모 공인 도박 스포츠토토 사업자 선정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컨소시엄이 지분 %15뿐인 웹케시라는 업체를 대표업체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컨소시엄 지분 단체들이 지경부 관피아와 연관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였습니다.
정부에서 허가하는 사업을 만들고 그 사업에 관피아가 수익을 챙기는 모델은 이미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공인인증제입니다. 최근 각종 보안 이슈들을 통해 공인인증의 폐해와 한계가 늘어났지만 공인인증발급을 담당하는 한국정보인증(KICA)이라는 회사는고정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CEO는 IT 전문가가 아니라 과거 한나라당, 새누리당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경력을 쌓은 고성학씨입니다. 정부가 이들 공인인증업체들과 긴밀히 협조하며 새로 추진하고 있는 상품이 공인전자주소 즉 샵(#)메일입니다.
공인전자주소는 쉽게 설명하자면 공인 이메일 주소 제도입니다. 기존 이메일과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해 상호 호환이 안되는 폐쇄형 이메일입니다. 한국정보인증같은 회사를 통해 이메일 주소를 받고 공공기관으로부터 법적 효력이 있는 문서를 이 주소를 통해 받게 하는 제도입니다. 주소에 @을 사용하는 대신 #을 사용하기 때문에 샵메일이라고 부릅니다. 가령 캄보디아에서 정부 문서를 받으려 할 때 샵메일을 통해 받게 되므로 편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기존 이메일로도 가능한데 굳이 국가가 주소를 관리하는 별개 이메일 시스템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경부는 샵메일의 장점이 보안이라고 하지만 그 근거를 명확히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정부가 상품과 시장을 만들고 공공기관 사용을 강제해 영업을 뛰며 정부 허가를 받은 취급 업체들이 수익을 올리는 구조입니다. 국제적 호환성도 없고 사용자 단계 보안도 보장할 수 없는 이메일 시스템으로 공공문서 유통을 통제한다는 아이디어는 지경부 관피아 수익창출 모델 냄새가 강합니다.
IT 부흥은 시장에 다양한 경쟁을 허용하고 개인 프라이버시와 공정 거래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이뤄집니다. 공무원, 국회, 기업들이 유착하여 수익을 올리는 관피아 관행은 적폐입니다. / 이병호 (Fourth Sector Innovations / byungho.lee@fsi.com.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