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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생일 파티
“이번 일요일에 학교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싶어요.”
“생일 파티?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서 만들어 와 봐요.”
지난 주 일요일에 한 학생이 생일 파티를 했는데 이번 일요일에 또 다른 학생이 생일 파티를 하겠단다. 가끔 있는 일이라 내가 무엇을 해 줘야 할지 잘 안다. 파티 장소를 지정해 주고 오디오 장비를 설치해 주고 사진을 찍어 주는 일이 내 몫이다. 물론 작은 선물 하나쯤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에 없이 계획서를 만들어 보여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 주에 있었던 한 여학생의 생일 파티를 옆에서 지켜 본 결과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야채를 곁들인 쇠고기 요리 십여 접시에 캔 맥주 세 박스, 음료수 큰 것 네 병, 생일 케이크와 풍선 장식, 폭죽 등 어림잡아 100달러 이상이 든 잔칫상이었다. 두 달 기숙사 생활비가 훨씬 넘는 규모였다. 가정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지금 돈을 벌고 있지도 않은데 캄보디아 보통 사람의 한 달 월급 정도를 몇 시간 동안의 생일 파티에 쏟아 넣다니, 뭔가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학교 안에서 하는 생일 파티라면 조촐하게 하도록 유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학생이 계획서를 가지고 왔다. 아니나 다를까. 행사 규모가 125달러, 계획서에는 지난 번 학생 못지않은 액수가 적혀 있었다. 학생을 앉혀놓고 교육(?)을 시작했다.
“생일 파티를 왜 합니까? 기쁜 날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축하를 받고 함께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하는 거지요? 그런데, 자기 분수를 넘게 돈을 써서 파티를 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됩니까? 한 달에 50달러도 안 되는 생활비로 살고 있는데 두세 시간 파티에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면 앞으로 몇 달은 궁색하게 살아야 하지요? 또, 기숙사에는 많은 친구들이 함께 살고 있어요. 자기 생일이 돼도 남에게 알리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아요. 돈이 없어서 생일 파티를 못하는 옆 친구들도 생각해 봐야지요. 이번부터는 학교 안에서 술 마시는 파티는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계획을 바꾸어서 준비해 봐요.”
찜찜해 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렇게 하기로 약속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상이 차려졌다. 몇 가지 과자와 과일, 음료수에 자그마한 생일 케이크가 있는 파티였다. 요리와 술이 빠지니 비용이 많이 줄었다. 지난번 파티의 절반쯤 든 것 같았다. 휴일에 집에 내려가지 않은 40여 명의 기숙사생들이 초대되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 폭죽을 터뜨리고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절차는 한국의 생일잔치와 다르지 않았다. 몇몇은 선물을 준비해서 생일을 맞은 학생을 기쁘게 해 주었다. 준비된 다과를 들면서 이어지는 여흥 시간은 이채로웠다. 남녀 학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흥에 겨워 맘껏 떠들어대고……생일을 맞은 학생을 위하여 축하 분위기를 한껏 높여 주었다. 한국의 젊은이들보다 훨씬 잘 논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파티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좀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생일이건 결혼식이건 맘껏 과시하면서 뻑적지근하게 행사를 치른다. 풍성한 코스 요리는 기본이요 가수와 악단이 빠지지 않는다. 호화롭기 그지없다. 없는 사람조차도 그것을 흉내내려고 하니 우리 시각으로는 분명한 허례허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나라의 문화와 풍습이 그러하니 왈가왈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