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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눈물
의욕이 넘치던 설계사무실 초짜시절, 칭찬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팀장에게 퇴짜를 맞고 운적이 있다. 요즘처럼 편집이 자유로운 컴퓨터 그래픽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라, 여러 날 야근해가며 수작업으로 그린 도면을 폐기해야 했다. 모름지기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반한 스타일이라도 테마와 어긋나는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하건만, 겉멋에 달떴던 시절이라 권위에 밀린 비련의 예술가(?)라도 된 양 억울했던 모양이다. 슬픔은 홀로 다니지 않는지 이런저런 서러움까지 끌고 와 밤늦도록 흐느끼다 잠들었는데, 다음날 거울을 보니 15 라운드를 뛴 권투선수가 돼 있었다. 출근 불가의 얼굴을 보고, ‘역시 울음은 유년의 특권이구나, 드디어 아무 때나 울 수 없는 어른이 되었구나.’ 자조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나이 탓인지 툭하면 눈물을 질금거리곤 한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셨네”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인지 부모노릇에 대한 자책감인지, 어버이날 <어버이 은혜>를 부르면서도 눈물짓고, 단 것에 몰려드는 개미떼를 짓이겨 죽이면서도 명줄이 뭘까 싶어 눈물짓고, 세월호 참사로 그동안 숱하게 울었건만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기다리는 뉴스에 또 울컥하고 만다. 우리네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슬픔이란 이렇게 어수룩한 법이다. 한일합방으로 나라를 잃었을 때도 울지 않았던 며느리가 재봉틀을 잃어버렸다고 통곡하는 것을 보고 범부란 어쩔 수 없구나 했다는 어느 독립지사 얘기처럼.
지도급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눈물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내로라하는 앵커들이 세월호 사건을 보도하다 목이 메어 진행이 끊기곤 하더니, 알부자(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가 캐치프레이즈인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도 부드러움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들의 과실을 사과하며 눈물을 쏟았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참사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는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는 화면이 세계 전파를 탔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실종자 구조 대책이 거론되지도 않았는데, 담화 말미에 이미 과거의 일인 양 희생자를 기리는 감성문구가 길게 이어졌다. 문득, ‘눈물을 유도한 건가?, 제발 울지 말았으면’ 싶은 순간, 대통령은 드라마 주인공처럼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냉철한 판단으로 공적가치를 실현해야할 공인들의 읍소행렬은, 글로벌 매체를 통해 바라보는 재외동포로서 민망하고 한심하다.
일찍이 중국 명나라의 탕향모가 진정한 영웅의 눈물에 대해 피력한 바 있다. “세 가지 진정한 피눈물이 있으니, 첫 번째는 천하를 얻지 못한 영웅의 눈물, 두 번째는 문장을 얻지 못한 식자의 눈물, 마지막은 별 볼일 없이 쇠락해진 인재의 눈물, 그 속에는 진실한 일과 꿈, 성품이 있다.” 생각건대 진정한 영웅들은 모두가 잠든 밤 남몰래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싶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