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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한국인이 될 캄보디아 여성을 보며
며칠 전, 기숙사에 여학생이 한 명 새로 들어왔다. 얼굴이 앳되게 보여서 나이를 물어보니 올해 열아홉 살, 깜뽕참 출신이라고 했다. 기숙사에 들어와 있는 다른 여학생들과 달리 이 학생은 한국인과 이미 결혼을 하고 한국에 들어가기 전 몇 달간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아는 분의 소개로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학생이 학교에 들어오면 다른 학생에 비해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수시로 불러서 이야기도 나누고 한국에 들어가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챙겨 주기도 한다. 한국어를 조금 구사하는 수준이 되면 한국인의 성향이나 생활 습관, 한국의 문화 등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지금은 외국인이지만 곧 한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우리의 가까운 이웃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들어온 지 며칠이 안 됐는데 이 여학생은 인사성도 밝고 붙임성도 좋아서 더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틈틈이 한국 음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저녁 무렵에 식당에 내려가 보니 식모 아줌마 옆에 붙어서 부엌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내일은 김치 담그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고 자랑을 하며 무척 좋아했다. 한국말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의 생활 문화를 미리 익히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말을 배우러 학교에 오는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한국에 관한 좀 더 좋은 교육 자료를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국인끼리 결혼해서 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각각 성장 배경이 확연히 다르고 문화와 생활 습관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캄보디아 여성이 한국에 사는 데는 어려움이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한국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유교적 사고와 가부장적 남성관은 캄보디아 여성들에게는 무척 생소할 것이다. 또, 여성 중심의 가족관에 익숙해 있던 캄보디아 여성이 그와 반대의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과 함께 살게 될 한국 남성들이 캄보디아와 캄보디아 여성들에 대하여 좀 더 많이 알아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내가 아는 것이라도 그들에게 전해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최근까지 캄보디아 여성 중에서 2,600 여명이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에 정착했다. 국제결혼에 대한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서 현재 캄보디아 여성의 한국행이 조금 주춤해 있지만 한국인과의 혼인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나온 통계를 보면, 요즘 한국 농촌 남성의 40%가 외국 여성과 결혼한다고 한다. 이미 한국인 중 17만 명이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있다. 수천 년, 아니 수만 년 내려온 단일 민족이라는 전통은 이미 깨진 상태다. 한때는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만 이젠 분명 버려야 할 유산이 되었다.
농촌 소재 학교에는 얼굴형과 피부색이 다른 학생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부부간의 언어와 생활 방식 차이에서 비롯되는 2세들의 문제도 비등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맞춰서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 적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를 비롯한 여러 부처와 지방 자치 단체, 시민 단체 등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의 교육을 돕고 있다. 그러나 각자 살고 있는 지리적 한계와 현실적 생활 여건 때문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가녀리고 어여쁜 한 캄보디아 여학생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떻게 하면 그녀가 앞으로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