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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교육과 일자리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왔다. 앞으로 캄보디아에서 펼치려는 새 비즈니스의 현지 조사 요원을 채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분들이 원하는 사람 몇 명을 추천해 주고 면담을 갖도록 했다. 후보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능력과 자질을 점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인데도 그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가끔 직원 채용 요청을 받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요구 수준에 맞는 사람을 찾아 주기가 쉽지 않은 걸 절감한다. 가장 큰 원인은 학교 교육의 질이다. 캄보디아 직원을 채용해서 쓰는 분들에 따르면, 대학에서 4년 이상 공부를 하고도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이 극히 미천해서 전공과 직결되는 업무인데도 비전공자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대학 커리큐럼 운영이 부실하고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극히 낮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된다. 캄보디아의 대부분의 대학은 2부제나 3부제 수업을 하고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3시간 내외다. 또 강의 이외에 별도로 공부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학교나 학교 밖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고 학생들 스스로도 별로 노력하지 않는다.
캄보디아에는 현재 38개의 대학이 있다. 공립 대학이 10개이고 나머지는 사립 대학이다. 왕립프놈펜대학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모두 단과 대학이다. 각 대학에 개설된 학과를 보면 순수 학문 분야보다는 경제 경영 외국어 기술 등 실용 학문 분야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취업을 염두에 두고 공부하기 때문이다. 같은 학령대의 6~7%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캄보디아의 대학 숫자는 많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고 대학에 들어가기도 매우 쉽다. 특히 기술 계통의 대학이 정원을 채우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기술인 육성을 위해서 정부의 지원으로 학비 부담을 줄여 주는데도 학생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공업이 발달하지 못해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외국어나 경제 경영 계통의 학과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외국계 회사나 서비스업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활기차게 돌아가는 교육 기관은 영어 학원이다. 대학생이라면 대부분 영어를 필수적으로 공부한다. 그래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 대부분은 영어 회회 능력을 갖추고 있고, 초중고 학생들도 거의 일반 학교와 함께 영어 학원에 다닌다.
교육이 국가 발전의 근간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캄보디아는 교육에 관한 한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의 각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충분히 길러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 교육 시스템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전문 교육의 질이 매우 낮아서 대학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산업의 각 분야에 맞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골라 쓰기 어렵다. 그래서 대학을 나온 사람 중에도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직무를 맡기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 직무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의식과 직장 윤리를 습득시키는 일도 간과할 수 없다. 학교로 직원 추천 요청이 많이 들어오지만 마땅한 사람을 바로바로 보내 주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한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추천해 주기가 어렵다.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한국어 습득자를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10개월 이상 열심히 공부해야만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데 그렇게 진득하게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드물다. 주말까지 십여 명의 취업 대상자를 보내 주기로 했는데 오늘까지 이력서를 낸 사람이 일곱 명, 일자리 없는 사람은 많아도 쓸 만한 사람은 늘 부족한 곳이 캄보디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