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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돈과 은행
태국 여행을 하다 보니 돈 바꾸는 것도 일이었다. 달러를 안 받는 곳이 많아서 태국 화폐인 바트화로 바꾸어야만 쓸 수 있기 때문. 캄보디아에서는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달러를 쓸 수 있었는데 태국은 그렇지 않았다. 자국 화폐가 있으면서 달러가 월등히 더 많이 쓰이고 있는 나라가 캄보디아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재래시장이든 동네 구멍가게든 굳이 캄보디아 화폐인 리엘이 없어도 캄보디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리엘보다 달러를 오히려 더 선호한다.
큰 거래는 주로 달러로 이루어지고 잔돈 거래 정도가 리엘로 이루어진다고 봐도 될 정도다. 매달 나오는 각종 고지서를 보면 재미있다. 전기 요금이나 수도 요금은 캄보디아 화폐 단위인 리엘로 청구되지만 전화 요금이나 인터넷망 사용료는 달러로 청구된다. 일반인들이 두루 이용하는 슈퍼마켓의 가격표는 모두 달러로 표시되어 있다. 일반 상점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리엘로 물건 값을 지불해야 할 때에는 달러 가격표를 기준으로 해서 리엘을 달러로 환산하여 돈을 내야 한다. 땅이나 건물 가격, 임대료 등도 기준 화폐가 달러이고, 직원의 임금 또한 달러로 책정되고 거의 달러로 지급된다. 주요 거래가 대부분 달러로 이루어지니까 자국 화폐인 리엘은 보조적 기능만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통장이 왜 필요하지요? 왜 은행에 돈을 맡겨요? 어리석은 질문 같지만 캄보디아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은행을 이용하는 사람이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통장 발급 건수가 전국민을 기준으로 볼 때 10%가 채 안 된다고 하니 은행과 관계없이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역사적으로 체득된 은행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된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3,4년에 한 번씩 정권이 바뀌는 와중에 은행에 맡겼던 돈이 하루아침에 깡그리 사라지는 경험을 수차례 겪어야 했다. 폴포트가 지배하던 시절에는 아예 화폐를 없애기도 했었다. 그러니 돈이 좀 있다 하더라도 은행에 맡기기보다는 집안에 숨겨 두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리엘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캄보디아에서는 신용 카드가 사용되는 곳이 별로 없다. 대형 호텔이나 극히 제한된 곳에서나 신용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은행과 은행 사이에 통합 전산망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아서 돈을 주고받는 데 불편하다. 물건을 사든 요금을 지불하든 캄보디아에서는 거의 현금 거래다.
나이가 좀 든 한국 사람이라면 벙어리저금통으로 시작해서 한 푼 한 푼 모은 잔돈푼을 은행에 맡기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저축이 나라 살리는 힘이라는 얘기를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아끼고 저축하는 습관이 몸에 배일 정도였다. 저축을 해서 목돈을 마련하고 집을 장만하고 재산을 모으는 일은 상식이었다. 그렇게 해서 축적된 자금이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지금과 같은 한국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최근 캄보디아에 은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새로운 은행이 설립되는가 하면 기존 은행들의 영업망도 확장 추세에 있다. 외국계 은행이 많이 생기는데, 이는 캄보디아에 대한 해외 투자의 영향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이 은행과 가까워질 수 있을까? 집안에 꼭꼭 숨어 있는 돈은 오직 한 사람의 재산 축적 수단에 머무를 뿐이다. 그것을 밖으로 끌어내서 산업 자본으로 활용한다면 캄보디아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캄보디아에서도 1인 1통장 갖기 운동 같은 것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