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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국산품을 모르는 사람들
“저것하고 비슷한데, 이것은 왜 이렇게 바싸요?” ”저것은 베트남산이고 이것은 태국산이라 그래요.”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다 보면 흔히 던지는 질문이요 대답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도 값 차이가 많이 나서 의아하게 생각할 때가 자주 있다. 엊그저께는 선풍기를 사러 오르세이 시장에 갔다. 맘에 드는 것들이 있어서 값을 물어보니 하나는 25$, 다른 하나는 40$. 여기저기 살펴보고 작동을 해 봐도 두 제품의 차이를 느낄 수 없는데 가격차는 컸다. 생산지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물건이 이러한데 싼 것은 거의 베트남산이고, 그보다 비싼 것은 태국산이다. 대만이나 홍콩산은 좀 더 비싸다. 전자 제품이나 가구류는 물론 일상 생활용품과 가공식품, 문구류 등이 거의 다 그런 편이다. 캄보디아 어디를 가 봐도 베트남과 태국 제품이 가장 많다.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물품 조달이 쉽고 다른 나라의 제품에 비해서 가격이 싸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캄보디아만큼 외제가 판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공산품이란 공산품은 거의 다 외국 제품이다. 시드니마켓이나 럭키슈퍼 같은 대형 할인 매장은 물론 일반 시장에서도 캄보디아에서 만든 물건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제조업이 발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가 자랑하는 봉제 산업이 있지만 원부자재 모두를 해외에서 들여와 가공을 한 다음 다시 수출을 하기 때문에 캄보디아 내수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캄보디아의 값싼 노동력과 손재주만을 이용하는 것이다.
의류 상점이 몰려 있는 올림픽시장 같은 곳에는 캄보디아에서 만든 옷들이 꽤 걸려 있다. 시장 3층에 올라가 보면 재봉틀 몇 대를 놓고 옷을 만드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만든 옷들이 아래층에서 팔린다. 그러나 1,2층의 수백 개 점포에서 팔리는 옷들은 거의 외국산이고, 그 중에는 베트남이나 태국, 중국에서 들어온 것들이 많다. 올림픽운동장 남쪽에는 주택가가 밀집해 있는데 외국 상품의 집하장이기도 하다. 플랫하우스 1층이 거의 상품 보관 창고로 쓰인다. 주변국에서 컨테이너나 트럭에 실려 온 온갖 물건들이 여기서 내려지고 창고에 보관되었다가 전국으로 나간다.
어릴 적에 우리는 국산품 애용 캠페인을 귀가 따갑도록 들으면서 자랐다. 외제를 선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경계하고 배척하기도 했다. 또 어린아이 때부터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해서 누구나 저축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지금의 발전을 가져오는 데 큰 밑바탕이 되었다.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그런 경험담을 말을 들려준다면, 대부분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자국산이 거의 없고 외국산 쓰는 것이 생활화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는 곳곳에 공단을 조성하는 등 공업화를 서두르고 있다. 자본과 기술이 없고 경영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외국 기업 유치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제반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내수 시장이 이미 주변국에 완전히 잠식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큰 매력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