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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발전을 선도하는 외국 자본
프놈펜의 스카이라인이 크게 바뀌고 있다. 옥상에 올라가 프놈펜 시가지를 한 바퀴 둘러보면 여기저기에 우뚝우뚝 솟아오르는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30층이 넘는 오피스빌딩부터 20여 층의 아파트까지 높은 건물들이 시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프놈펜에서 제일 높은 건물은 12층짜리 인터콘티넨털호텔 하나뿐이었다. 지금은 좀 주춤하지만 2,3년 사이에 대대적인 건축 붐이 일어 시내 곳곳에 대형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이러한 고층 빌딩과 주거용 건물들은 거의 외국 자본에 의하여 건설된다.
캄보디아의 산업화를 이끌고 있는 주체도 외국 자본이다. 캄보디아에서 공장이라고 하면 봉제 공장을 떠올릴 정도로 봉제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들 공장 대부분은 외국인 소유다. 중국과 대만, 말레이시아 등의 화교들이 대거 진출해 있고, 한국과 태국, 베트남의 자본이 들어와 캄보디아의 공업화를 이끌고 있다. 자본뿐만 아니라 기술도 거의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봉제 업체 근로자는 모두 캄보디아인이지만 중간 관리자급 이상은 거의 중국이나 베트남 등 외국인들이다.
금융 분야도 외국계 은행이 두드러진다. 현재 한국계 은행만 6개가 영업을 하고 있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외국계 은행도 여럿 있다. 이들 은행들은 막강한 자본력과 선진 운영 기법으로 캄보디아의 금융 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금년에 일반 영업을 시작한 증권 시장에 참여하기 위하여 외국의 자본들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소액 금융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또한 외국 자본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등 통신 회사도 외국계의 비중이 크다. 10여 개 통신회사가 난립해 있어 이익을 내는 회사가 한두 개에 불과한 상태지만 외국계 통신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비쌌던 통신 요금이 회사간의 경쟁으로 인해 점점 인하되고 있는 추세다. 자본력이 부족하고 서비스가 뒤쳐지는 회사 몇 곳은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 뻔하다.
외국인 투자는 대규모의 자본이 필요한 부문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소 규모의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분야에도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판매와 정비, 쇼핑센터와 대형 식당, 각종 전문 판매점이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증가했는데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소유 업체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중국 본토나 동남아 각국 거주 화교의 진출이 활발하고 이들이 캄보디아 경제의 핵심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부동산과 건설, 금융 분야에서 몇 년간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왔는데 최근에는 국내외의 경기 침체로 투자가 주춤해 있는 상태다.
왜 이렇게 외국인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날까? 첫째는 캄보디아의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다. 인근 국가에 비해 공업이나 서비스업이 낙후돼 있는 반면 잠재 소비층 많다는 이점이 있다. 둘째는 외국인이 사업을 하는 데 따른 제약이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일부를 제외한 전 분야에 외국인이 투자를 할 수 있고 자본의 이동이 비교적 용이하다. 셋째는 캄보디아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정책을 들 수 있다. 자본과 기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캄보디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