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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통신 사정과 휴대폰
아는 캄보디아 사람과 통화를 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영 연결이 되지 않았다. 열 번 가까이 번호판을 누른 끝에 어렵사리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용건을 끝내고 나서 왜 그렇게 전화가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건 전화번호가 좀 그렇다고 했다. 그리고는 다음에 전화할 때 이 전화가 안 되면 다른 번호로 하라고 새로운 핸드폰 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통화를 끝내고 그 사람 명함을 찾아서 자세히 살펴보니 무선전화 번호가 두 개나 적혀 있었다. 핸드폰을 두 대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캄보디아 사람들 중에서 핸드폰을 두세 개씩 가지고 다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무리 잘 사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핸드폰은 두 대씩 소지한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 통신 기반이나 전화기 생산 기술이나 전화 이용면에서 세계 최강자의 위치에 있는 한국이 그렇지 못한데 한국과 비교할 때 모든 면에서 걸음마 단계인 캄보디아가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처음에는 그런 사람들은 상당히 부자이거나 남에게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나라의 통신 사정을 안 뒤에야 그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캄보디아는 핸드폰이 주된 통신 수단이다. 집에 유선 전화를 놓은 사람은 거의 없고 가게나 사무실 같은 곳에서도 주로 무선 전화를 사용한다. 그래서 간판에 적혀 있는 연락처도 거의 핸드폰 번호다. 유선 통신에서 무선 통신으로 이동해 가는 게 일반적인 통신 발달의 단계지만 캄보디아는 한 단계 뛰어넘은 셈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옥상에서 안테나로 전파를 받아서 컴퓨터로 연결하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전화를 사용하다 보면 짜증이 날 때가 많다. 잘 걸리지 않고 통화중에 끊기기 일쑤고 통화감이 나쁜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설비가 취약하고 운용 기술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무선 전화 식별번호별 숫자만 보면 한국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여러 통신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의 몇 십 분지 일도 안 되는 가입자를 가지고 여러 회사가 나누어 먹고 있으니 요금은 비싸고 통화 품질은 엉망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신 환경이야 어떻든 지금 캄보디아의 핸드폰 보급률은 날이 갈수록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특히 젊은이들에게 그렇다. 소리야 백화점 핸드폰 코너에 가면 새로 나온 제품을 보러 온 젊은이들로 늘 북적댄다. 핸드폰 하나 장만하는 것이, 더 좋은 핸드폰으로 바꾸는 것이 그들의 간절한 소망임을 눈으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오늘날, 휴대폰은 젊은이들의 패션이다. 캄보디아라고 예외는 아니다. 하루 1달러 정도로 사는 대학생은 물론 7,80달러 월급쟁이 근로자도 대부분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 휴대폰에 돈이 없어서 받는 용도로만 사용하면서도 애지중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 그것으로 사진을 찍고 게임을 하고 유행하는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요즘에는 값이 꽤 나가는 아이폰을 들고 다니는 캄보디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돈이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값이 싼 중국산 짝퉁 아이폰이 인기다. 생활 형편이나 소득 수준으로 보면 한국의 70년대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휴대폰 소지는 불과 몇 년의 격차밖에 나지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 패션임을 다시 실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