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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세월호와 텔레스크린
키에르케고르는 “고통을 견뎌내도록 하는 희망이야 말로 가장 잔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죽는 그 순간까지 살붙이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게 가족의 숙명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뎌냈으나 세월호 침몰 후 살아 돌아온 생존자는 0명이다. 이토록 눈부신 문명을 이룬 21세기,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장시키다니, 그동안 내가 보고 들었던 현란한 테크놀로지가 생때같은 생명들이 갇혀있는 유리창하나, 철판하나 뚫지 못하는 허상에 불과했던가 싶다. “가만히 선실에 있어라!”, 어른들 얘기에 순종한 무구한 학생들 다수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보도에, <주변에 위험이 닥치면 스마트폰질할 생각 말고 살 궁리부터 해라! 아무리 기다려도 슈퍼맨은 오지 않아!> 이제 다 큰 아이들에게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했다.(그것도 역시 스마트폰 문자로)
한 사건을 접하면서 이렇듯 무력한 느낌이 드는 건 처음이다. 구더기 우글거리는 된장독을 들여다보듯 주워섬기기에도 역겨운 선사의 부패, 차가운 물속의 일각이 여삼추인 생명을 담보로 밥그릇싸움을 벌이는 해양구조의 추악한 커넥션, 교육부 안전규정을 어기는 것도 모자라 학생들은 배편을 선택해 놓고 사전답사는 비행편으로 했던 교단의 변칙, 구조 가닥도 못 잡고 우왕좌왕 그 와중에 얼굴도장 찍느라 봉사자들 발에 밟히는 정치인의 파행…, 양심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친 인간군상. 생각해보면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안 걸리는 조직이 그리 흔하겠는가 싶은 게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듯 아득한 기분이다.
매스 미디어의 발달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1997년 다이애나비의 장례식 때 전 인류의 40퍼센트가 TV 모니터 앞에 모여 그녀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했다. 왕세자비의 화려한 모습 뒤에 고독했던 여인, 평범한 사랑을 위해 왕좌까지 버렸으나 끝내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유명을 달리했던 여인, 그녀의 죽음을 함께 슬퍼하고 어미를 잃은 어린 두 아들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보냈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시공을 초월한 멀티미디어를 통해 지구촌 오지 캄보디아 청춘들까지 알게 되었다. 은연중에 그들에게 고국의 발전상에 대해 으스댔는지 안타깝다는 인사를 하면서도 가소롭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조지 오웰은 ‘1984’에서 빅브라더스의 텔레스크린이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리라 예견했지만, IT 발전으로 피지배자 또한 지배자의 행태를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구촌 작은 항구 팽목항의 실시간 상황이 SNS에 의해 전 세계로 전파되지 않았던가. 대중은 새 매체에 의해 촘촘히 연결되었고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인 골든타임도 놓치고 얼마든지 살릴 수 있었던 구조타임마저 놓친 초동대처에 대한 의문과 울분으로 세월호 유가족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지배층은 국민의 텔레스크린 역공을 감수해야 하리라.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