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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쓰고 싶게 어려운 캄보디아 글씨 ‘악써크마에’
언제봐도 미로같은 캄보디아의 글씨는 한국인들이 아마도 가장 처음,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캄보디아의 ‘것’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캄보디아 글씨를 캄보디아말로 ‘악써 크마에’라고 한다. 악! 쓰고 싶게 만드는 글씨라서 그런가?
캄보디아 글자는 자음 33개와 모음 23개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독립모음에 발음과 뜻을 변형시키는 특수기호들까지 있으며 각 자음에는 ‘쯔응’이라고 불리는 소문자까지 있어 외국인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사람들도 글자를 완전히 깨우치기까지 한참 걸린다. 우리나라는 1학년에 끝나는 받아쓰기 과정이 캄보디아에서는 6학년까지 실시된다고 한다. 그만큼 캄보디아어가 쓰고 읽기 어렵다는 말이 아닌가 싶다.
처음 캄보디아를 찾아 길거리 간판을 접한 한국사람의 90%는 “이게 글씨야?” “글씨가 아니라 그림이네” 라는 반응을 보인다. 뱀처럼 보인다는 사람, 라면처럼 보인다는 사람, 상형문자 같다는 사람 등 반응이 가지각색이다. 특히 처음 글씨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일반 책에서 쓰는 글씨체와 간판체가 전혀 다르다는 것에 당황한다. 하지만 꾸준히 공부하여 자음모음의 조합법과 변칙발음 등을 깨우치고 자주 쓰이는 단어의 철자를 외우면 외국인도 충분히 깨우칠 수 있는 글씨이기도 하다.
한편 앙코르와트 벽에 새겨진 일명 ‘쎌라짜럭’(비문) 는 현대 글씨와 또 전혀 다른 모양이다. 캄보디아 글씨는 1세기 경 인도 남부 ‘브라미어’에서 파생되었다. 현존하는 캄보디아어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엉꺼보레따까에우의 비문으로 611년에 만들어진 중요한 문화재이다. 또한 캄보디아어-산스크리트어가 섞인 비문으로는 629년에 만들어진 끄다이엉꺼쁘레이벵 비문이 있다.
꼬부랑꼬부랑 거리지만 어찌보면 굉장히 미적인 캄보디아 글씨를 유심히 보고 있으면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수 천년 간 보존해 온 캄보디아의 선조들이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글 : 정인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