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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세 번의 새해
4월 14일부터 16일까지 캄보디아 설날인 쫄츠남이 있었다. 쫄츠남은 프춤번과 함께 캄보디아 최대 명절이다. 법정 공휴일은 3일이지만 그 이상 쉬는 곳도 많다. 이번 쫄츠남은 월요일부터 수요일에 걸쳐 있는데 대부분의 공장들이 한 주 전체를 쉰다. 앞뒤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쳐서 열흘 가까이 문을 닫는 곳도 많다. 어디 그뿐인가. 명절 연휴 며칠 전부터 시골에 내려가기 시작해서 명절 연휴가 끝나고 며칠이 지나야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건설업이나 일용직 근로자를 주로 쓰는 업체들에게는 4월이 고난의 달이기도 하다. 명절 기간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프놈펜 시내는 무척 한산하다. 문 닫는 시장이나 가게가 많아서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평소에 늘 겪는 교통체증이 사라져 밖에 나다니기에 좋은 기간이 이 명절 때이기도 한다.
명절 연휴 며칠 전부터 명절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른다.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가 그 전주곡이다. 주로 캄보디아 전통 음악을 틀어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음식을 나누어 먹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다가올 명절을 즐기기 시작한다. 맥주에 간단한 음식이 거의 전부지만 음식보다는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거나 함께 어울려 춤을 추면서 지루할 것 같은 긴 시간을 매우 흥겹게 보낸다. 부족하고 소박한 가운데서도 즐거움을 한껏 누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캄보디아 사람들의 의식 속에 타고난 낙천성이 배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쫄츠남과 프춤번 같은 명절에는 집을 떠났던 가족들이 모두 고향 집으로 모인다. 일가친척들이 주로 같은 마을이나 인근에 모여 살기 때문에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반가운 이들이 함께 만나 담소를 나누며 노래와 춤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가족끼리 모여서 놀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모여 놀기도 하는데, 함께 어울리는 이런 명절 모임은 적령기에 든 젊은 남녀가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중요한 기회가 되기도 한다. 농촌 인구 비중이 높고 농경문화의 전통이 강하다 보니 짝짓기의 대상이 주로 동향인 경우가 많다. 또, 연애결혼이 주류를 이루지만 부모들의 뜻에 따라 중매로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어느 때를 막론하고 절에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쫄츠남에도 음식이나 공양물을 준비해서 온 가족이 가까운 절을 찾아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한다. 모처럼 온 가족이 고향 집에 모이지만 음식을 화려하게 차리지는 않는 것 같다. 고기나 생선, 과일 등을 준비해서 평소보다 좀 나은 식사를 하고, 전통술과 맥주, 음료 등을 곁들여 명절 분위기를 돋우는 정도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대부분 카드놀이를 즐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둘러앉아 몇 시간씩 카드놀이를 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이 고스톱을 즐기는 것과 비슷한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그것을 즐기는 대상층이 매우 넓다는 데 특징이 있다.
캄보디아 설날인 쫄츠남이 지나면 곧 우기로 들어선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곧 농번기로 들어서니까 쫄츠남은 곧 한 해의 농사를 예비하는 명절이기도 하다. 신년 새해와 음력설을 지내고 캄보디아 설까지 세 번의 새해를 맞다 보니 캄보디아에서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를 1년에 세 번이나 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복이 철철 넘쳤으면 좋겠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