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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선진 교통문화를 향하여
1994년 브라 차림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한 체코출신 슈퍼 모델 에바 헤르지고바의 ‘원더 브라’ 옥외 광고판에 한눈을 팔던 남성운전자들이 많은 교통사고를 낸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한강 고수부지 야외수영장 개방 초창기에 비키니 미녀들을 구경하느라 핸들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남성운전자들로 인해 교통정체는 물론 교통사고가 빈발해 골머리를 앓았다. 어느 자가용 출근자가 한강 다리를 건너던 중 차안을 비행하던 모기 한 마리를 잡으려다 다리 밑으로 추락한 사고도 있었다. 인간이 우주선을 쏘아대는 지적인 생물체지만 이처럼 사소한 것에 혹하고 발끈하기 쉬운 족속이기도 하다.
친구가 그의 아내에게 아름다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사주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자네 부인이 4륜구동 자동차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라고 묻자, “맞아 그런데 내가 어디서 가짜 지프차를 구할 수 있겠나?” 한숨을 쉬었다는 유머가 있다. 승용차는 빠르고 안전한 이동수단이지만 그런 용도는 이제 고전적인 가치에 불과하다. “패션의 완성은 자동차”라 할 정도로 고가에 모조품도 없는 고급승용차가 요즘은 부의 상징이다. 그래서인지 자동차 구매에 있어서는 형편에 벗어나는 과다출혈도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있는 그대로 내보이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 문화가 일천할수록 과시성향은 두드러진다. 신흥 졸부 층이 등장하기 시작한 캄보디아는 가히 세계명차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캄보디아 훈센총리는 최근 지방 국도 기공식에 참석하여 교통법규와 도로안전수칙 준수를 호소했다. 현재 캄보디아인 최고 사망원인은 교통사고로 연간 사망자수가 지난 20년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많다는 것이다. 사실 캄보디아 정부에서 이런 발언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나 싶다. 만성적인 부실공사로 도로는 연중 파헤쳐져 있고, 보도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점포 기물이 온통 점유하고 있어 보행권 자체가 없다. 돈으로 거래되는 허술한 운전면허제로 생짜도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거리, 차량이 질주하는 그 사이사이 구걸 하는 어린것들이 비집고 돌아다녀도 교통경찰은 단속은 뒷전이고 ‘삥’ 뜯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으니.
‘펠츠만 효과’라는 게 있다. 자동차 안전장치가 개발될수록 오히려 사고 ․ 사망자 수가 느는 현상으로 이를 처음 주장한 사람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사고위험이 낮아지면 이를 믿고 속도를 더 내려는 운전자의 심리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지난 10년간 도로사정이 나아질수록 교통사고 발생량이 급속히 증가해 왔다. 대부분 과속에 의한 사고다. 주행 시 하찮은 시비로 총기유혈사태까지 빚는 고위층의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신문사고면을 장식하는 일이 심심치 않은 걸로 보아, 운전대만 잡으면 교만해지는 과시성향도 한 몫 하리라. 정부의 교통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도 그렇거니와 사회고위층의 자성 또한 시급한 듯하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