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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상이용사촌 어둠 밝힌 ‘한국식 ODA’
프놈펜 공항에서 남서쪽으로 100㎞ 거리에 있는 커슬라 마을. 1970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계속된 크메르루주 세력과의 내전으로 속출한 부상병들을 수용하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가 조성한 상이용사촌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겪고 있는 빈곤은 뿌리가 깊다. 대부분의 성인 남성은 신체 일부가 절단돼 있어 여성과 아이들의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전형적인 빈민촌이다.
이곳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공적개발원조(ODA)로 지은 60㎾급 태양광발전소가 지난 17일 준공됐기 때문이다. 마을 전체 312가구가 사용하고도 남는 발전량이다. 집들이 넓은 지역에 산재돼 있는 이곳 특성상 송전선 대신 배터리 충전방식을 택했다. 마을 주민들은 KOICA가 나눠준‘로케트 배터리’를 태양광 발전소에서 충전한 뒤 가정에서 사용한다.
이날 준공식에는 수이 셈 캄보디아 산업자원에너지부 장관과 마을 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커슬라 마을대표 틋멤롱 씨(54)는 “한국이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준 덕분에 이제 에어컨이나 냉장고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프놈쿨렌 마을대표 프오시어 씨(57)도“기름이나 가스로 불을 밝혔던 전에는 바람이 센 지역이라 화재가 많이 났다”며 “한국 덕에 안전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했다. 수이 셈 장관은 “2020년까지 전국 모든 가구가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며 “한국의 지원으로 목표에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했다. KOICA는 커슬라 마을을 포함해 두 곳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24억원을 투자했다.
태양광발전소가 준공되기 전 이 마을의 전기 사용 여건은 형편없었다. 민간업자가 운영하는 소규모 디젤발전소에서 2000~1만리엘(570~2800원)을 주고 충전해 사용했다. 배터리 품질이 나빠 충전용량을 전체의 50~60%만 채우는 데 그쳐 전등·선풍기만 사용해도 3일이면 방전됐다. 하지만 KOICA가 제공한 배터리로 태양광 발전소에서 1000리엘(280원)을 주면 99% 충전할 수 있다. 캄보디아 정부가 관리비 명목으로 일부 비용을 징수한다. 커슬라 마을 주민 속쿤티 씨(24)는 “기존의 절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전등·선풍기는 물론 TV까지 7~10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전에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젠 TV로 한국드라마를 더 오래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KOICA는‘동아시아기후파트너십(EACP)’의 일환으로 수행한 이번 ODA를 주민환경개선과 친환경 생활을 고려해 진행했다. EACP는 2008~2012년까지 2억달러를 들여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시아 지역 개도국에 녹색 원조를 해주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