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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열혈청년 탐험가 혜초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 704년에 태어나 780년 경에 입적한것으로 알려진 신라의 승려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19세에
천축으로 가는 꿈을 꾸었고 먼저 해로로 인도에 간 다음, 다시육로로 지금의 이란지방까지 섭렵한 열혈 청년이자 놀라운 탐험가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유럽에 마르코 폴로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혜초가 있다고 말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오히려 500여년이나 먼저 태어 낳으니‘탐험과 도전의 영웅’이라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앙코르 와트에 가면 신전의 기둥에 일본어로 쓰여진 낙서가 있다. 아마 어떤 일본 스님이 배를 타고 천축에 가려다가 앙코르 제국에 도착하여 이곳이 인도인 줄 알고 글씨를 새겨 놓았을 것이라고 일본의 학자들은 말한다. 그러니 그 오랜 옛날에도 목숨을 내걸고 세상을 휘젖고 싶은 청춘들이 무지하게 많았나 보다.
여하튼 혜초 스님은 육로가 아닌 해로를 통해 동남아를 거쳐 천축으로 가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으로 보면 싱가폴이 있는 말라카 해협을 지나고 수마트라를 지나 인도양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어 인도를 지나 천축에 도착했을 것이다. 또 끓는 피를 이겨내지 못해 둔황에도 가고, 아프가니스탄에도 가고. 이란에도 갔겠고…여하튼 대단한 탐험가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위대한 탐험가를 단지 승려로만 가르치는 한국의 교육이 안타깝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너무 위축되어 살아가는 것만 같다. 만주 벌판을 말달리던 고구려의 기상은 고사하고 반도에 갇혀 버렸던 고려와 조선. 그리고 반토막으로 동강 나버린 조국의 현실을 보면 서글프기까지 하다.
더구나 남과 북이 갈라져 서로 잡아 죽이지 못해 붉으락푸르락하며 싸우는 꼴을 보면 이게 무슨 비극인가 하고 한탄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1952년 당시 영국의 런던 타임즈는 한국을‘쓰레기 통에서 핀 장미’라는 모욕적인 언사로 조롱한 적이 있다. 또 1980년 주한미군 사령관 위컴 장군은 “한국인들은 들쥐와 같다. 들쥐의 습성은 한 마리가 맨 앞에서 뛰면 덮어놓고 뒤따라가는 것이다.” 라는 망언을 서슴치 않았다. 비참한 모욕이다.
대열을 이루고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습성은 이제 한국인들의 삶이 되었다. 일상을 옥죄는 모든 억압의 대열에서 빠져나와 인터넷 천국에서 마음껏 자유를 구가하는 것 같지만 실은 그들 스스로 만든 대열에 자신을 옥죄인다. 정의보다는 현실적 타협이 앞선다. 돌이켜 보면 부끄러운 자괴감만 남는다.
그래서 나는 또 혜초를 꿈꾼다. 젊은 피가 펄펄 끓어 이 세상 어디라도 나아가 정열을 불태우고, 미래를 설계하고, 깨지고 또 깨져도 덤비고 도전하는 그런 청춘들이 보고 싶다. 그런 열혈청년이 그립다.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