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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당신이 다른 성(性)으로 태어난다면…
수제 도장밖에 없던 시절 도장을 새기러 가면 ‘나순’ 메모를 건네며, “외자는 깎아주시는 거죠?” 무식하게 흥정을 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가명이요?”라고 되물어왔다. 당시 ‘나미’라는 가수가 뜨던 시절로 이름이 비슷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시집와 5년 만에 아이를 가졌는데 지인들이 “어디 좀 봐!” 믿기지 않아하며 옷이라도 들춰볼 기세였다. 명함을 주고받는 자리에서 건축사명함을 내밀면 석연찮은 표정으로, “국가자격시험의 그 건축사예요?” 되짚기 일쑤다. 없는 재주에 글을 쓰게 된 요즘, 잘 풀리지 않으면 젊은 씨앗을 본 할망구 상이 되는지, “글쟁이놀이가 재미없어졌어?”하며 남편이 놀린다. “그 칼럼 본인이 쓰는 거 맞아요?”, 독자로부터 과분한 칭찬의 말씀까지 심심찮게 듣곤 한다.
서두부터 객쩍은 소리를 늘어놓게 된 건 아들 녀석 때문이다. “당신이 다른 성(性)으로 태어난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라는 인터뷰 과제가 주어졌는데, 50대 아줌마 중에 만만한 사람이 나였는지 메일로 인터뷰 요청을 해온 것이다. 우선 여자로 살아오면서 불이익을 당한 점이 뭐였나에 생각이 미쳤다. 운이 좋아 공정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일해 온 탓인지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은 없었지만, 여성의 성취는 남자의 그것에 비해 진지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듯싶었다. 내세울만한 성취랄 게 없는 필자의 얘기는 양념으로 쓴 것에 불과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실력과 실적이 탄탄한데도 그늘에 가려지는 여성이 상당하다.
미국 여성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는 남성이 사냥을 해오던 먼 수렵시대부터 남성과 여성의 활약상에 별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남자가 사냥터에 나가 있는 동안 여자는 아이를 건사하며 과일이나 곡식, 구근류 같은 음식물을 채집한다. 그러나 남자들은 쓰윽 봐서 사냥감이 눈에 띄지 않으면 그늘에 앉아 허풍과 낮잠으로 소일하다 해가지면 돌아와서, “재수에 옴 붙은 날이었어. 오늘은 쥐새끼 한 마리 눈에 띄지 않더군. 그런데 저 냄비에 끓고 있는 게 뭐지? 냄새 좋은데!”하며 무단 취식하는 일이 잦았으리라는 예측이다. CNN 부사장을 지낸 ‘게일 에반스’는 여성에게 “직장에서 울지 마라”, “직장에서 연애하지 마라”고 충고한다. 남성이 울 때는 오죽하면 그럴까 동정하지만 여성은 눈물을 무기로 남자를 조종하려 든다고 여기고, 남성의 스캔들은 능력으로 쳐주지만 여성은 그간의 모든 성취마저 성적인 매력을 이용했으리라 믿어버린다는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남자로 태어난다면 옛날 우리 동네 양장점 여주인의 남편처럼 살고 싶다. 착하고 예쁜 여자는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법, 독재자로 군림하는 남편 뒤에 하늘같이 섬기는 현모양처가 있게 마련이다. 구차한 밥벌이는 아내에게 시키고, 가무에 능한 애첩이나 끼고 앉아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한량들과 더불어 풍류로 소일할 테다! (엄마는 그냥 여자로 사시라고? 자슥…)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