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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편리함의 그늘
누구에게나 이별의 날은 온다. 개강에 맞춰 아이들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떠났다. 뭔가 참견이라도 할라치면‘어머니, 너나 잘 하세요’하는 눈치라, 자식도 머리 굵어지니 슬하의 새끼로 느껴지지 않고 엔진 빵빵한 신차를 끼고 있는 듯 부담스런 구석도 있다. 그래도 막상 부부만 남으니 집안이 허전하다. 남편에게 식사 약속이라도 잡히면 여지없이 밥상과 독대하는 신세다. 언젠가는 둘 중 한 사람만 식탁에 남겨질 터, 독거(獨居)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될 미래를 대비해 ‘혼자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어느 사회학자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독신주의 확산, 이혼율 증가, 취업 및 교육 이산, 이래저래 싱글족이 느는 추세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4가구 중 1가구가 독신가구이고 2020년 29.6%, 2030년 32.7%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선진국의 경우 독신가구가 이미 절반에 육박한다.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주목받는 것은 강제독신보다 자발적 독신이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기거하다 그 생활에 젖어버리게 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현대건축도 독거세대 증가에 일조했다. 한 세대 전만해도 하수구를 뚫고, 담장을 보수하고, 연탄불을 건사하고…, 가족 구성원의 배려 없이는 꾸려가기 힘들었으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노동의 소외가 인간소외와 개인주의로 이어진 셈이다.
싱글족 증가와 더불어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고독사 중 과반이 자살이다. 고령화로 인해 노년층에 집중돼 있던 현상이 한창 활동할 나이인 청, 장년층에서도 잇따르고 있다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지 오웰이 자신의 체험을 통해 한 말이 있다. “감금을 견딜 수 있는 건, 자기 안에 위안거리가 있는 배운 사람들뿐이다.” 고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사람 또한, 시간을 잊을 수 있는 능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뿐이리라. 위인들의 걸작 대부분은 고독의 바닥을 치고 태동되었다지만,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외로움은 그 자체가 극복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사랑에 빠지게 될까봐 겁난다.”는 어느 청춘의 고백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조차 사치인 이 시대의 아픔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사람과의 관계로 번거로워지는 게 싫어서 현실을 도피하는 듯한 느낌도 전해졌다. 고독사 현장에서는 공통적으로 고장 난 채 여기저기 방치되어 있는 전자제품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적극적인 삶을 포기한 안일함이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야금야금 파괴해 버린 탓일 게다. 일상이건, 관심사건, 사람이건,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 나를 필요로 하는 것, 나를 자극하는 것, 그것들에 몰입하는 동안에는 불행 따위의 공격이 멈춘다는 점은 확실하다. 인류 문명은 끊임없이 편리함을 추구해 왔지만, 고독으로부터의 구원은 오히려 불편함에서 찾아야하지 않을까.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