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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디지털 금융시대의 정보인권
“금화가 소리를 내면 욕설이 잠잠”해지는 시대, 번화가마다 들어선 은행들이 성업 중이지만, 은행이 귀하던 옛날에도 금전거래는 성했다. 화폐가 세상에 등장한 이래 살아가는 일이 곧 자금융통의 연속이 돼버린 탓이다. 어릴 적 흰 새벽에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두런두런 하시는 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살가운 화제보다 가계를 꾸려갈 궁리가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에서 중, 고,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오롱이조롱이 여섯 남매 월사금이 층층시하로 몰려 가장 힘드셨을 즈음에는, 요즘 카드돌려막기에 버금가는 변통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내남없이 궁핍했던 그 시절, 그나마 이자가 하루도 잠들 리 없는 “비인격적인 시스템”이 아닌 상호부조의 전통이 남아있는 “사람 간의 거래”였기에 가능했으리라. 빚이 주렁주렁 연 걸리듯 했대도 그 내막을 아는 사람은 최측근에 불과하고 신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비밀을 지켜준 덕분에 어려운 고비들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자식 여섯을 부양하라면 못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잘 살게 되었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언젠가 유럽 어느 시골마을 ATM기가 출금액을 곱절로 내보내는 오류를 일으켜 그 ATM기 앞이 현금인출을 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뉴스를 보았다.(은행 측에서 이미 인출된 금액에 대해 인심을 써서 동네가 축제분위기였다!) 로또 한 장 사본 적 없지만, 뱅크 해커의 실수로 졸부의 눈먼 돈이 내 빈한한 통장으로 잘못 이체될 확률이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나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그 확률이 좀 더 높아질 듯싶다. 초유의 금융사 개인정보유출사건 때문이다. 이번 사고가 카드사의 하청업체 직원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금융사 간 영업 편익을 위해 금융지주사와 계열사는 물론 제휴사까지 개인정보를 공유한 것도 부적절한데, 회사의 비용 절감에 눈이 멀어 보안과 내부검증이 허술한 용역회사까지 공유했다니.
정보화시대에 ‘정보인권’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한 학자는 장차 큰일을 하려거든 일찍부터 개인 정보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충고한다. 한때의 치기로 SNS 상에 올렸던 글이나 영상으로 인해 공들여 쌓은 명예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전자화폐로 결제되는 디지털 금융시대에 경제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정보에 관한한 개인들로서는 속수무책이다. 정부와 기업의 윤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콘라드 워딩톤은 <미래의 인류사회, 1982>에서 “인터넷 시대에 정보를 지키려면 막대한 자금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라며 인터넷의 폭발적인 파급력을 예단했다. 이번 사태로 사실상 비밀번호를 제외한 1억4천만 건의 신상명세가 ‘영생하는 정보의 바다’에 던져진 셈이니, 완벽하게 수습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수백만 건이 넘는 카드 재발급을 비롯해 네티즌의 집단소송 움직임도 심상치 않아, 아무래도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 듯싶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