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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어느 하잘것없는 새해 결심
머리 염색을 했다. 죽을 때까지 예뻐 보이고 싶은 게 여인의 마음이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나도 저리 흉하게 보일까?”, 동년배들 마음을 심란하게 하고 싶지 않은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 “한 오 년은 젊어 보인다.”며 인사치레를 했지만, 그리 위로가 되지 않았다. 팔순 할아버지가 삼십 년 연하와 살림 차린 게 뭐 어쨌다는 거야 싶은, 이미 진부한 나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명망 있는 미래 학자들은 평균수명이 120세에 이르는 2070년쯤에는, 평범한 사람이라도 결혼을 두세 번 이상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결혼-이혼-재혼-재이혼-재재혼…, 대체로 시간차를 둔 일부일처제에, 결합유형 또한 지금보다 자유로워지리라는 예측이다. 수명이 느는 탓도 있겠지만 상상하는 것은 뭐든 만들어내는 첨단 유혹시대에 쾌락 유통기한이 점점 짧아져, 사랑의 유통기한 또한 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람들은 연애에서 정액보다 훨씬 많은 잉크를 쏟아냈다.”는 옛 문사의 기록도 있듯이, 고리짝에는 연인의 손목을 잡는 단계에 이르려 해도 책 한권을 엮어낼 만큼의 연애편지를 쓰기도 했건만.
요즘 들어 황혼 재혼이 급증하고 재재혼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여성재혼 + 남성초혼’ 커플이 반대의 경우를 앞지른 지 오래라고 하니, 미래학자들이 예측한 그 미래가 당겨지고 있는 듯싶다. 동성끼리 있을 때보다 남녀가 섞여있을 때 즐거운 긴장으로 들뜨게 되는 현상은, 나이와 무관한 일이리라. 자크 아탈리는 21세기에도 “사랑은 인간의 으뜸가는 정열이자 인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어쨌든 이성에 대한 설레임을 죽을 때까지 품게 하는 요인이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세기의 추남이자 세기의 지성 ‘사르트르’와 여류작가 ‘사강’의 황혼연애는 유명하다. 당시 사르트르 나이는 일흔넷, 사강은 삼십 년 아래였다. “그는 내 정신을 사로잡았다… 그에게 몰래 위스키를 가져다주는 것, 그와 함께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사강의 회고다. 실명과 노환이 겹쳐 거동조차 불편했던 사르트르에게 공개 연애편지를 보내 그가 사망하기까지 데이트를 즐겼는데, 젊은 시절부터 익살과 재담으로 뭇 여성을 사로잡았던 그의 지성이 말년까지 건재했던 모양이다. 하긴 쾌감 중에 지적 쾌감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최신 섹시 코드인 너드(Nerd)와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너드(Nerd)”란 좋아하는 분야에 미쳐 지내는 괴짜천재쯤 되는 의미로 역사적으로도 각 분야에 탁월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 중 너드가 많았다. 문학 너드였던 조지 오웰은 죽어서까지 섹시하지 않은가. 역시 나이를 초월하는 섹시함이란 명민함에 있지 않을까. 콘텐츠가 다양한 여인이 늘그막까지 사랑 받는다고 하니, 느느니 나이밖에 없는 새해부터는 신경 좀 써야할까 보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