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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물가 상승과 서민 생활
가정용 프로판 가스를 시켰더니 23달러짜리 영수증이 따라왔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19달러였는데 값이 껑충 뛰었다. 직원의 말에 의하면 가스 값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물건 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공산품 가격이 대부분 올라서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동안 프놈펜에 있는 한국 식품점마다 물건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일부 품목의 품귀 현상이 지속되었다. 세관에 컨테이너가 장기간 묶여 있어서 일어난 현상인데,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관세가 그 원인이었다. 한국 수입업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체가 이런 문제에 직면하게 되다 보니 물건 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캄보디아로서는 관세 인상이 곧 일반 생활 물가 인상과 직결된다.
과거에는 컨테이너 당 일괄로 매기던 관세를 품목별로 검수해서 매기다 보니 처리 일정이 전에 비해 몇 배로 늘어나고 관세가 대폭 오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 측 주장에 의하면 관세를 현실화하고 통관에 따르는 부정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이에 따른 불편과 물가 모름 현상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부정을 막기 위한 조치가 오히려 뒷돈 규모를 키우고 이것이 늘어난 관세와 함께 고스란히 서민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세 징수율이 극히 낮고 각종 영업에 따르는 세금이 인정 과세 수준에 머물러 세수의 상당 부분이 개인의 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캄보디아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관세 인상은 가장 손쉬운 세수 증대 수단이다. 선거가 끝난 후 공무원 보수를 인상하는 등 재정 압박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이미 예견됐었다.
내년 4월부터 적용되는 최저 임금이 90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최소 160달러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주장에는 못 미치지만 작년 65달러에서 25% 이상 인상된 올해 최저 임금 인상률과 함께 가파른 인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캄보디아 제조업의 핵심인 봉제업체의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순 임가공 형태로 운영되는 캄보디아의 봉제업은 제조 원가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2년 사이에 50% 가까이 치솟는 임금은 곧 경영 압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높은 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는 봉제업 근로자들의 조직화된 임금 인상 요구가 점점 거세지고 있어서 최근 몇 년간 호황기를 누리며 확장세에 있던 봉제업의 성장률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새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져서 결국 서민 생활이 더욱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가끔 캄보디아에 오는 분들은 캄보디아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얘기한다. 고가도로가 새로 생기고 대형 건물이 여기저기 올라가고 정돈된 주거지역이 곳곳에 자리잡고 고급 차량이 급격히 느는 것을 보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성장의 형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런 변화가 서민 생활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중대형 슈퍼마켓이나 고급 식당과 카페, 대형 가라오케, 고급 주택 등 서민이 근접하기 어려운 서비스 업종이 발전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수단의 확충이나 도로 정비 등 서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정책 같은 것은 여전히 요원한 숙제로 남아 있다. 가진 사람들에게는 점점 편하고 윤택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변방으로 내몰리는 형세다. 그 동안 무관세이거나 저리의 관세를 매기던 식품이나 생활필수품에까지 관세를 부과하려는 정부의 정책 변화가 서민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